등록 : 2017.02.15 21:04
수정 : 2017.02.1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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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호 국정원장이 15일 국회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씨 피살 사건과 관련해 열린 긴급 정보위원회의에 출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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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집권뒤 ‘스탠딩 오더’ 취소않는 한 이행해야
사건발생 3~4시간 뒤 인지…태영호 경호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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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호 국정원장이 15일 국회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씨 피살 사건과 관련해 열린 긴급 정보위원회의에 출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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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15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형 김정남 피살은 김 위원장이 집권 뒤 내린 암살 명령에 의한 것이라고 국회에 보고했다.
이 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간담회를 통해 이런 내용들을 직접 보고했다. 이 원장은 “동양인 여자 두 명이 김정남에게 다가가 접촉한 뒤 김정남이 쓰러졌으며, 도움을 요청해 병원으로 호송하던 중 사망했다”며 “독극물 테러로 강력히 추정되지만 정확한 사인은 부검을 통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의원들이 전했다. 이 원장은 “(테러 도구가) 주사인지 스프레이인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국회 정보위 여야 간사인 이철우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보위 간담회 뒤 공동브리핑에서 “김정남을 살해한 것으로 보이는 용의자인 젊은 여성 두 명이 택시를 타고 도주했지만 아직 말레이시아를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이들 여성이 김정남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철우 의원은 “국정원은 이들 여성이 ‘아시아계’라고 보고했으나, 정보위원들은 수법으로 봐서는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김정은 위원장의 ‘암살 명령’이 한번 내리면 취소하지 않는 한 이행해야 하는 성격의 ‘스탠딩 오더’였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병호 원장은 김정남이 북한의 첫 암살 시도 직후인 2012년 싱가포르로 피신해 김정은에게 ‘응징명령 취소 선처 요망’이라는 서신을 보냈다는 사실도 보고했다. 김정남은 이 서신에 “나와 가족에 대한 응징명령을 취소하기 바란다. 갈 곳도, 피할 곳도 없다. 도망갈 길은 자살뿐임을 잘 알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한다. 북한이 5년 전부터 김정남 암살을 시도한 끝에 실행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김정남이 김정은 자신의 통치에 위협이 된다는 판단으로 저지른 행동이 아니다. 또한, 중국과의 관계가 나빠질 것을 알고도 사건을 저지른 것을 보면 김정은의 편집광적인 성격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번 사건이 ‘김정남의 망명 시도 때문 아니냐’는 의원들의 질문에는 “망명 시도는 없었다”고 답했다. 다만 ‘그럼 이명박 정부 때는 망명 시도가 있었느냐’는 질의에는 “그건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한 정보위원이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전직 외교·안보 당국자는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김정남의 망명이 추진되다 접촉 과정에서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김정남 사망 사실을 사건 발생 직후 3~4시간 만에 인지했다고 보고했다. 다만 정보기관 간 정보교류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말레이시아 정보당국이 발표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공개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병기 의원은 “이병호 원장이 말레이시아 대사 출신이어서 그쪽 정보당국이나 정세에 밝아서, 파악은 상당히 일찍 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최근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안전과 관련해 “경호를 24시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이) 태영호를 접촉한 사실은 없다”고 했다.
하어영 송경화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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