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2.17 20:52
수정 : 2017.02.17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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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북 소행” 주장 확산됐지만
물증 안 나오고 연결고리 못 찾아
현지 언론 “북 정찰총국 관여” 시사
경찰은 “외국 정보기관 단정 못해”
중 관영매체 ‘체제 전복용’ 음모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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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맏형 김정남이 피살된 지 17일로 닷새째를 맞았지만, 그의 죽음을 둘러싼 논란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애초 사건의 배후로 북한이 유력하게 지목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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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발 ‘북 배후설’
지금까지 김정남 피살의 배후가 북한이라는 가장 ‘확정적’ 주장은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의 입에서 나왔다. 이 원장은 지난 15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 집권 이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했다. 그는 “김정남이 자신의 통치에 위협이 된다는 계산적 행동보다는 김정은의 편집광적 성격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원장은 구체적인 근거를 내놓지 않았지만, ‘북 배후설’은 쉽게 정설로 자리잡았다.
지난 15일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이 직접 범행을 저지른 여성 용의자 2명을 잇달아 붙잡으면서, 사건은 쉽게 해결되는 듯했다. 이들이 ‘북한이 고용한 다국적 암살단’이란 추정까지 난무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일부 외신은 “북한은 여성 암살요원을 적극 육성·활용한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범행과 체포를 전후한 이들의 어설픈 행동은 ‘정예요원’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이들과 북한의 연결고리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체포된 이들의 배후로 추정되는 도주한 남성 4명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용의자들의 진술 내용을 따 “도주한 남성 가운데 1명이 북한계”라고 보도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물증은 아직 없다.
그런데도 ‘북한 배후설’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현지 일간 <더스타>는 17일 정보 소식통의 말을 따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북한 대외 공작활동을 총괄하는) 정찰총국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라며 “정찰총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말레이시아를 신경가스 제조용으로 쓰일 수 있는 금지된 약물을 북한으로 들여가는 통로로 활용해왔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에 북 정찰총국이 관여했을 수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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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알 수 없다
현지 경찰 당국의 부검 결과, 김정남의 주검에 외상 흔적은 전혀 없었다. 독극물 살포에 따른 상처나 주삿바늘 자국 등도 발견되지 않았다. 수사당국은 부검을 통해 얻은 샘플에 대한 화학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분석 결과가 북한과의 연계점을 드러내 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더스타>는 이날 과학수사 전문가의 말을 따 “독극물 공격으로 인한 사망은 사인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 증거가 확정적이지 않아 분석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전했다. 도주한 4명의 용의자가 이른 시일 안에 붙잡히지 않으면, 자칫 수사가 장기화할 우려가 있어 보인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영통신 <베르나마>는 17일 경찰 당국자를 인용해 “김정남 피살의 배후에 외국 정보기관이 있다고 말하는 건 지금으로선 성급하다”고 말했다. 앞서 아맛 자힛 하미디 부총리도 전날 “김정남 죽음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것은 현재 그저 추측일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에선 ‘북 배후설은 음모론’이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17일 “김정은 위원장을 김정남 암살의 배후로 지목하는 건 그를 악마화해 북 체제를 전복하려는 목적”이라며 “이번 사건을 정치적 목적에 활용하려는 세력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전했다.
정인환 김진철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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