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자리한 말레이시아 경찰청에서 김정남 피살 이후 처음으로 공식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노르 라싯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경찰청 차장이 취재진을 향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의 주검에 대한 부검에도 불구하고, 사망 원인이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김정남의 시신이 어디로 향할지도 주목된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19일 수사발표 기자회견에서 북한 정부의 김정남 주검 인도 요구에 대해 “관련 법에 따라 인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노르 라싯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경찰청 차장은 “부검을 완료해 사인을 규명해야 한다”며 “그 뒤 가족·친지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디엔에이(DNA) 검증을 거쳐 인도하겠다”고 말해 유가족에게 시신 인도 우선권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구체적으로, 피살자의 가족이나 친지가 직접 말레이시아 경찰에 와서 주검을 확인해야 하는데 아직까진 그런 요청이 없으며, 경찰은 가족의 신원 확인 요청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남 피살 용의자가 모두 ‘북한 국적’임이 드러나고 말레이시아가 사망 원인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 정부에 그대로 주검을 내주는 건 국제적 시선을 의식하더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말레이시아의 이런 태도는 시신 인도를 요구하는 북한과 상당한 마찰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는 17일 밤 돌연 기자회견을 자청해 “우리가 부검에 반대했음에도, 말레이시아는 우리 허락 없이 이를 강행했다”며 “우리가 입회하지 않은 가운데 이뤄진 부검 결과를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카오에서 살고 있는 김정남의 두번째 부인 이혜경이 김정남의 시신 인도를 위해 말레이시아 주재 중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있었지만, 그가 북한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신 인도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19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핵심인 김정남의 사망 원인과 독극물의 종류 등에 대해선 정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이브라힘 경찰청 차장은 이날 회견에서 “사망자의 디엔에이 샘플을 독성학자들에게 보내 분석 중이며, 중대한 사건인 만큼 모든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이날, 김정남을 극히 단시간에 죽음에 이르게 한 치명적 독극물의 정체와 그 배후를 확인하는 게 이번 사건의 수사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다며, 사망 원인 파악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 법의학연구소의 독극물 분야 권위자인 올라프 드러머는 이 통신에 “독극물이 예외적일수록, 강력할수록, 그리고 휘발성이 강할수록, 검출 가능성은 낮아진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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