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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2.20 12:03 수정 : 2017.02.20 22:00

‘리정철 근무’ 말레이 업체 사장 인터뷰

“평양서 만난 친구의 조카로
리정철이 원해 2013년 채용
월급지급이나 돈거래 없었다
실제 만난건 5차례 안팎”
비자 필요해 위장취업 한 듯

“화학·약학 전공? 전혀 몰랐다
평소 조용하고 겸손한 사람
체포뉴스 보고 큰 충격 받아”

톰보 기업의 총아코우 사장.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46) 살해 사건 용의자로 체포된 리정철(47)은 말레이시아서 제품을 사서 북한에 파는 ‘중개업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그가 회사의 정보기술(IT) 부서에 근무한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북한의 ‘무역 일꾼’으로 보인다.

리정철이 근무한 ‘톰보 기업’에서 20일 <한겨레>와 만난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사장 총아코우(64)는 “리정철은 나를 통해 팜유, 설탕, 비스킷 등을 사서 북한에 팔려고 했던 ‘중개업자’였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난 19일 중간 수사발표에서 리정철이 이 회사의 정보기술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단순히 비자를 위한 ‘서류’였을 뿐이라고 했다.

이 회사는 쿠알라룸푸르 반다르 툰 라자크 지역에 있으며, 항암치료보조제 등을 판매한다. 총아코우 사장은 “리정철은 평양에서 만난 친구(문호 박사)의 조카”라며 “리정철이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해서 2013년 채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리정철을 가리켜 “미들맨”(중개인)이라고 표현했다. 총아코우 사장은 “(정기적으로 회사로 출근해 근무하는) 회사 스태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정기적인 월급을 준 적 없고 성사된 거래가 없어 어떠한 ‘돈 거래’도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리정철이 서류상으로는 월급 5000링깃(한화 128만원 상당)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리정철을 가장 최근에 만난 건 “중국 춘절 직전인 1월말께”라며 리정철과 직접 만난 건 모두 “5차례 안팎”이라고 말했다. 총아코우 사장 역시 “리정철을 통해 건강식품 제조에 필요한 북한산 버섯을 사려고 했지만 가격대가 맞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리정철이 다른 비즈니스를 했는지 여부는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1990년대부터 10여차례 이상 평양에서 하모니카를 연주한 경력이 있다”며 북한 및 북한 사람들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정보기술 분야와 관련해 리정철이 한 것은 정보기술 전문가를 소개시켜주는 것밖엔 없었다고 했다. 총아코우 사장은 “전자 하모니카를 개발하고 싶어서 아이티 전문가가 필요했는데, 리정철은 아이티 전문가를 소개시켜줬지만 기대엔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리정철이 화학·약학 전공자라는 사실도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사실상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였지만 리정철이 서류상 이 회사 소속이었던 이유는 ‘취업 비자’ 때문이었다. 총아코우 사장은 “리정철은 여기서 체류하고 딸의 교육 때문에 비자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리정철의 딸은 21살쯤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말레이시아 헬프 대학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사장은 “리정철은 영어에 능숙하지 못해 만날 때마다 늘 딸이 통역을 해줬다”고도 전했다.

이 사장은 리정철말고도 “지난 10년간 10여명의 북한 사람에게 취업 비자 발급에 필요한 서류에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북한 정부가 취업 비자 발급을 위해 총아코우 사장을 이용한 것 같다고 생각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오는 사람마다 취업 비자를 해준 건 아니고 거절한 적도 많았다”며 “(취업 비자 도움은) 선한 마음으로 해준 것”이라고 했다.

총아코우 사장은 “리정철은 매우 조용하고 겸손한 사람이었다”며 “지난 토요일에 리정철 체포 뉴스를 보고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실 확인을 위해 북한대사관에도 연락했지만 “‘걱정하지 말고 건강을 잘 챙기라’는 얘기를 대사관쪽으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사건 이후 “리정철의 딸에게도 연락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톰보 기업 누리집엔 이 회사가 1976년에 설립된 항암치료보조제 회사라고 설명돼 있다. 암환자들에게 암 치료 관련 상담 서비스와 함께 한방 약품으로 된 항암치료보조제를 판매하고, 암 치료 관련 서적들도 출간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글·사진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리정철의 딸과 총아코우 사장이 주고받은 메시지. 지난 17일에도 리정철의 딸은 업무 관련한 메시지를 사장에게 보냈다. 총아코우 사은 “리정철의 영어가 능숙하지 못해 늘 딸이 통역을 해줬다”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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