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2.20 16:16
수정 : 2017.02.20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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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김정남 피습 당시 쿠알라룸푸르 공항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유튜브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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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에 걸린 시각 불과 2.33초…천천히 의식 잃어
“국가 차원서 정교하게 만들어졌을 것” 분석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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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김정남 피습 당시 쿠알라룸푸르 공항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유튜브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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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46) 피습 당시, 여성 용의자들이 김정남을 공격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33초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혼잡한 공항에서 김정남 외의 다른 사람은 다치지 않았고 김정남이 공격 이후에도 혼자서 걸어다니다가 천천히 정신을 잃으며 숨진 것으로 보여, 범행에 사용된 독극물이 고도의 기술로 정교하게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후지티브이> 등은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청사에서 김정남이 피살되는 순간을 담은 5분 분량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19일 공개했다. 김정남의 행적을 따라 여러 장소의 화면을 이어붙인 이 영상을 보면, 김정남은 배낭을 메고 출국장에 혼자 들어선다. 이후 키오스크(무인발급기) 쪽으로 이동했고, 이때 도안티흐엉(29·베트남)과 시티 아이샤(25·인도네시아)가 빠르게 김정남 근처로 다가와 공격을 시도한다. 흐엉이 두 팔로 김정남의 얼굴을 감싸고, 이후 자리를 떠나는 데 걸린 시간은 2.33초였다.
범행 직후 두 여성은 순식간에 각기 반대편 방향으로 흩어졌고, 김정남은 공항 안내데스크 직원들에게 다가가 눈을 비비는 듯한 시늉을 하며 무언가를 설명한다. 김정남은 이후 경찰과 함께 의무대로 걸어가는 장면으로 영상이 끝을 맺는다. 김정남은 이후 의료진에게 또다시 상황을 설명하다 의식을 잃으며 소파에 쓰러졌고, 공항에서 자동차로 30여분 떨어진 푸트라자야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졌다.
김정남은 독극물 공격을 받은 뒤에도 혼자 걸어다니고 대화를 할 만큼 정상 수준을 유지했으나, 독이 서서히 퍼지면서 숨져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범행에 사용된 독극물이 목표 대상에게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도록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플로리다대학의 브루스 골드버거 법의학연구소장은 독가스의 일종인 신경가스,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류의 독극물을 예시로 들었다. 캐나다 군사평론지 <칸와 디펜스 리뷰>의 핑커푸 편집장은 18일 말레이시아 중문매체인 <중국보>와의 인터뷰에서 “강력한 심장 쇠약을 초래해 외관상으로는 심장 발작에 의한 자연사처럼 보이도록 하는, 매우 정교한 기술”이라며, 이를 토대로 김정남의 암살이 (개인이 아닌) ‘정부기관의 소행’이라고 추정했다.
김정남을 죽음에 이르게 한 독극물이 무엇인지 부검에서 드러나지 않을 경우, 공식 사인은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수브라마니암 사타시밤 말레이시아 보건장관은 “이르면 오는 22일께 부검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고 20일 밝혔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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