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2.20 21:40
수정 : 2017.02.20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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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외교부의 초치로 20일 오전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가 말레이시아 외교부로 출발하기 위해 북한 대사관을 나서다가 질문을 던지는 취재진 쪽을 보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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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피살 수사 갈등 증폭
말레이, 북 주재대사 소환 이어
“우리가 북 이미지 깎을 이유 없어”
북 배후 짙어지자 태도 강경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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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외교부의 초치로 20일 오전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가 말레이시아 외교부로 출발하기 위해 북한 대사관을 나서다가 질문을 던지는 취재진 쪽을 보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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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정부가 20일 북한 주재 자국 대사 소환과 자국 주재 북한 대사 ‘초치’(불러서 항의)란 강수를 둔 것은 김정남 살해 사건의 배후에 북한 당국이 있을 개연성이 더욱 짙어졌음을 방증한다. 이에 맞서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며 ‘공동 수사’를 제안하고 나섰지만, 말레이시아는 총리까지 직접 나서 북한의 주장을 일축했다. 두 나라의 갈등 수위가 급등하는 모양새다.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강철 북한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김정남의 죽음과 관련해 말레이시아 정부에 대해 비난성 발언을 한 경위 설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성명에서 강 대사의 주장을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A4 용지 1장 분량의 짤막한 성명에서 ‘말레이시아 관련 법에 따라’란 표현을 세 차례 사용했다. 부검에 반대하고, 김정남의 주검을 속히 넘겨달라고 요구하는 강 대사의 막무가내식 태도를 에둘러 비판한 게다. 앞서 17일 밤 강 대사는 약식 기자회견을 열어 “뭔가 숨기고 있다” “적대세력과 결탁했다”는 등의 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김정남 피살의 배후가 북한으로 드러나면, 말레이시아로선 주권을 침해당한 셈이 된다. 어떤 식으로든 외교적 조처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앞서 아맛 자힛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16일 “김정남 죽음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것은 현재 그저 추측일 뿐이다. 이번 사건은 두 나라 관계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날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협의를 위해” 모하맛 니잔 빈 모하맛 북한 주재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였다고 발표했다. 국제사회에선 주재국에 나가 있는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는 조처를 강력한 ‘외교적 항의’ 행위로 여긴다. 수사가 진척됨에 따라, 말레이시아 정부의 상황 판단이 달라졌음을 방증한다.
강철 대사는 이날 오후 A4 용지 5장 분량의 보도자료를 내어 “말레이시아 당국이 피해국인 우리한테 책임을 씌우려 하고 있다. 수사 내용을 믿을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강 대사는 피살된 김정남이 “외교관 여권을 가진 공화국(북한)의 공민”이라며, 말레이시아 법보다 국제법이 우선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강 대사는 현지 북한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말레이시아 당국이 이번 사건을 정치화하고 있음이 분명한 상황에서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공동 수사를 제안한다”며 “말레이시아 정부가 제안을 받아들이면 법률 전문가를 파견받아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과 함께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사의 회견 직후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한 경찰의 수사 결과를 “절대적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나집 총리는 “우리는 북한의 이미지를 나쁘게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이번 사건 수사에는) 말레이시아 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북한이 이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 대사의 반박에 대한 재반박인 셈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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