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2.26 16:54
수정 : 2017.02.26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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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새벽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청사의 의무실 앞에서 방독면을 쓴 요원이 제독 작업을 펼치고 있다. 세팡/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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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반민반관회의 비자 승인 거부
물밑대화 움직임마저 얼어붙어
“공공장소 대량살상물질 사용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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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새벽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청사의 의무실 앞에서 방독면을 쓴 요원이 제독 작업을 펼치고 있다. 세팡/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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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46)이 신경계 작용 독성물질인 브이엑스(VX)로 독살됐다고 말레이시아 정부가 공식 발표한 것을 계기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에도 탐색전 양상이 이어지던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미 행정부는 김정남 피살에 브이엑스를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25일(현지시각) “공항이라는 공공장소에서 북한이 유엔에 의해 대량살상무기로 지정된 화학물질인 브이엑스를 사용한 것에 대해 미 행정부가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또 미 국무부는 24일 미 대북 전문가들과 오는 3월 초 뉴욕에서 반민반관 성격의 ‘1.5트랙’ 대화를 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던 최선희 외무성 미주국장 등 북한 관리들에 대한 비자 발급도 승인하지 않았다. 따라서 북-미 간 뉴욕 행사 자체가 무산됐다. 북한 관리들에 대한 국무부의 비자 발급 여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가늠하는 시금석으로 간주돼왔다.
이와 관련해 <뉴욕 타임스>는 24일 오전에는 국무부가 주최 쪽에 비자 발급을 해주겠다고 통보했으나, 오후에 이를 번복했다고 보도했다. 행사 기획에 참여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북한의 브이엑스 사용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불쾌감이 결합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탄도미사일 발사와 김정남 피살로 (1.5트랙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브이엑스 사용이 결정타가 됐다”고 보도했다.
제프 데이비스 미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브이엑스가 살인무기로 사용된 건) 우리가 인식하고 있던 실질적 위협”이라며 “브이엑스와 같은 맹독성 신경작용제는 미사일 탄두와 다른 무기에 장착돼 대량살상무기로 만들어진다”고 밝혔다. 브이엑스는 유엔 결의에 따라 대량살상무기(WMD)로 분류돼 있으며, 미 질병통제예방센터도 화학전에서만 사용되는 강력한 신경제로 규정하고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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