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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16 18:30 수정 : 2017.08.18 09:30

‘살충제 달걀’ 파동과 관련해 그동안 정부의 대응이 안이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소비자단체의 사전경고를 무시한 일까지 있었다. 정부의 ‘안전 불감증’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도의 한 양계장.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소비자연맹은 지난 4월 ‘유통 달걀 농약 관리 방안 토론회’에서 시중에 유통 중인 달걀 51개를 검사한 결과 2개에서 이번에 문제가 된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허용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토론회엔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도 참석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 조사결과를 흘려보냈다. 또 지난달 네덜란드와 벨기에 등 유럽에서 살충제 달걀 사태가 터진 뒤에도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 한달가량 강 건너 불 보듯 한 것이다. 류영진 식약처장은 오히려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는 문제가 없으니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식품안전을 맡고 있는 식약처가 되레 화를 끼운 꼴이 됐다. 금지된 살충제를 사용한 축산농가에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정부 책임 또한 무겁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비좁은 공간에 수많은 닭들을 몰아넣고 기르는 ‘공장식 밀집사육’에 있다. 국내 산란계 농장 대부분은 A4용지 한장 크기도 안 되는 케이지(철제 우리)에 닭을 꼼짝 못 하게 가둬놓고 사육한다. 닭이 전혀 건강하게 살 수 없는 환경이다. 산란계 농장을 가본 사람들은 그 안에서 닭이 병에 걸리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 등이 창궐할 때마다 공장식 밀집사육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그때뿐이었다.

같은 유럽에서도 밀집사육을 하는 네덜란드나 벨기에 등과 달리 핀란드는 살충제 달걀 사태를 피해갔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핀란드는 20년 전부터 공장식 밀집사육을 법으로 금지하고 동물복지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축산업을 질병 걱정 없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2011년 구제역 사태 이후 일부 농가들이 ‘방사형 농장’을 운영하기 시작했으나, 그 비중이 아직까지는 미미하다.

식품안전뿐 아니라 가축을 잔인한 방식으로 길러서는 안 된다는 동물복지 차원에서도 밀집사육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축산농가에만 떠넘길 일이 아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따라야 한다. 소비자들도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일정 부분 감수해야 한다. 축산농가, 정부, 소비자 모두 식품안전과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할 때다.

▶ 관련 기사 : 두차례 기회 있었는데 ‘살충제 달걀’ 검사 한번 안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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