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대 교수 작금의 북핵 게임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던 한반도의 이변이다. 동서고금 유례가 없는 약소국가와 초강대국의 대결이다. 무엇이 이 ‘불가능’을 현실로 만든 것일까? 북핵을 잉태한 것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갈등이다. 그 뿌리는 냉전시기에 내려진 것이다. 냉전이 종식될 때 브레진스키는 소련의 붕괴가 블랙홀을 형성하여 장원한 관점에서 새로운 정치 위험의 근원이 될 것이라 하였다. 실제 미-소 간 대결과 균형의 이원구도가 깨지면서 유라시아 대륙의 ‘심장지대’는 지정학적 진공상태에 빠졌다. 동유럽 사회주의권이 붕괴하고 도처에서 전란이 일어났다. 소련의 해체는 동북아의 한반도에도 예외없이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과거 동서냉전이 이념이 지배한 지정학적 동맹의 시대였다면, 동북아는 그 유물을 고스란히 넘겨받아 한반도에 균형이 기울어진 냉전구도를 안착시켰다. 시카고대의 니컬러스 스파이크먼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충돌하는 무대, 즉 ‘림랜드’(rimland)를 통제하는 자가 세계를 통제한다고 했다. 동북아의 림랜드, 한반도를 통제하려면 미국에는 한반도 냉전구도가 필요했다. 미국의 지정 전략에 대응해 북한은 핵개발을 선택했다. 북한이 핵개발에 올인한 것은 ‘지정학적 지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국은 지정학적 전략 때문에 북핵을 30년 가까이 ‘방치’했고, 동시에 북한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북핵을 군사력으로 해결하지 못했다. 북한은 이 지정학적 요소들을 충분히 활용하였다. 결국 이 지정학적 요소들이 북한의 핵개발에 30년 가까운 시공간을 허락했다. 북핵 해법은 여전히 지정학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도 북한도 여전히 힘의 논리를 바탕으로 대결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을 물샐틈없이 봉쇄하면 북한이 종당에는 굴복할 것이라 생각하고,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핵탄두를 미국 본토에 날려 보낼 수 있게 되면 미국이 두 손 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끝까지 밀어붙이면 충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쟁설이 나오는 이유다. 북핵이 지정학적 갈등의 산물이라면 그 해법은 지정학적 요소를 약화시키는 데 있지 않을까. 그 핵심에는 미국 요소가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동아시아 지정 전략이 한반도에 머무는 한 한반도 지정학적 요소의 약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에 의한 지정학적 요소가 부각될수록 한국은 작아지고 북한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미 동맹이 ‘절대적 가치’라 하지만, 한국은 그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도 있다. 결국 한반도에서 대결의 지정학적 요소가 약화되려면, 무엇보다 그 근간을 이루는 미국과 북한 관계가 개선돼야 할 것이다. 그것은 북핵문제 해결의 프로세스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기도 하다. 북한은 미국을 백년숙적이라 하지만 누구보다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한다. 경제발전을 꾀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를 바란다. 김정은 정권은 중앙에 집중됐던 권력을 지방에, 기업에, 개발구에, 농촌에 내려보내는 사실상의 개혁을 단행하면서 경제를 상승세로 이끌어왔다. 거기에 ‘시장경제’ 요소가 전국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경학적 접근이 가능한 요소들이다. 지정학적 시각으로 핵과 미사일만 보았다면, 이젠 지경학적 시각으로 북한의 이러한 변화 가능성도 봐야 하지 않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공약에서 한반도를 3개 벨트로 묶어 개발하고 이를 북방경제와 연계해 동북아 경협의 허브로 도약한다는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내세웠다. 어찌 보면 지경학의 창시자 루트왁의 ‘경제 문법’으로 그려놓은, 북핵문제의 지경학적 해법이라 할 수도 있다. 이 지경학적 요소를 부각시키려면 지정학적 요소의 핵심인 미국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나 대북제재 해제로 핵·미사일 동결을 맞바꾸면서 지경학적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반도에 지경학적 요소가 차고 넘치면 북한의 핵 포기도 불가능이 아닐 수 있다.
칼럼 |
[세계의 창] 북핵의 지경학적 해법 / 진징이 |
베이징대 교수 작금의 북핵 게임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던 한반도의 이변이다. 동서고금 유례가 없는 약소국가와 초강대국의 대결이다. 무엇이 이 ‘불가능’을 현실로 만든 것일까? 북핵을 잉태한 것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갈등이다. 그 뿌리는 냉전시기에 내려진 것이다. 냉전이 종식될 때 브레진스키는 소련의 붕괴가 블랙홀을 형성하여 장원한 관점에서 새로운 정치 위험의 근원이 될 것이라 하였다. 실제 미-소 간 대결과 균형의 이원구도가 깨지면서 유라시아 대륙의 ‘심장지대’는 지정학적 진공상태에 빠졌다. 동유럽 사회주의권이 붕괴하고 도처에서 전란이 일어났다. 소련의 해체는 동북아의 한반도에도 예외없이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과거 동서냉전이 이념이 지배한 지정학적 동맹의 시대였다면, 동북아는 그 유물을 고스란히 넘겨받아 한반도에 균형이 기울어진 냉전구도를 안착시켰다. 시카고대의 니컬러스 스파이크먼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충돌하는 무대, 즉 ‘림랜드’(rimland)를 통제하는 자가 세계를 통제한다고 했다. 동북아의 림랜드, 한반도를 통제하려면 미국에는 한반도 냉전구도가 필요했다. 미국의 지정 전략에 대응해 북한은 핵개발을 선택했다. 북한이 핵개발에 올인한 것은 ‘지정학적 지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국은 지정학적 전략 때문에 북핵을 30년 가까이 ‘방치’했고, 동시에 북한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북핵을 군사력으로 해결하지 못했다. 북한은 이 지정학적 요소들을 충분히 활용하였다. 결국 이 지정학적 요소들이 북한의 핵개발에 30년 가까운 시공간을 허락했다. 북핵 해법은 여전히 지정학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도 북한도 여전히 힘의 논리를 바탕으로 대결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을 물샐틈없이 봉쇄하면 북한이 종당에는 굴복할 것이라 생각하고,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핵탄두를 미국 본토에 날려 보낼 수 있게 되면 미국이 두 손 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끝까지 밀어붙이면 충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쟁설이 나오는 이유다. 북핵이 지정학적 갈등의 산물이라면 그 해법은 지정학적 요소를 약화시키는 데 있지 않을까. 그 핵심에는 미국 요소가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동아시아 지정 전략이 한반도에 머무는 한 한반도 지정학적 요소의 약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에 의한 지정학적 요소가 부각될수록 한국은 작아지고 북한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미 동맹이 ‘절대적 가치’라 하지만, 한국은 그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도 있다. 결국 한반도에서 대결의 지정학적 요소가 약화되려면, 무엇보다 그 근간을 이루는 미국과 북한 관계가 개선돼야 할 것이다. 그것은 북핵문제 해결의 프로세스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기도 하다. 북한은 미국을 백년숙적이라 하지만 누구보다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한다. 경제발전을 꾀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를 바란다. 김정은 정권은 중앙에 집중됐던 권력을 지방에, 기업에, 개발구에, 농촌에 내려보내는 사실상의 개혁을 단행하면서 경제를 상승세로 이끌어왔다. 거기에 ‘시장경제’ 요소가 전국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경학적 접근이 가능한 요소들이다. 지정학적 시각으로 핵과 미사일만 보았다면, 이젠 지경학적 시각으로 북한의 이러한 변화 가능성도 봐야 하지 않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공약에서 한반도를 3개 벨트로 묶어 개발하고 이를 북방경제와 연계해 동북아 경협의 허브로 도약한다는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내세웠다. 어찌 보면 지경학의 창시자 루트왁의 ‘경제 문법’으로 그려놓은, 북핵문제의 지경학적 해법이라 할 수도 있다. 이 지경학적 요소를 부각시키려면 지정학적 요소의 핵심인 미국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나 대북제재 해제로 핵·미사일 동결을 맞바꾸면서 지경학적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반도에 지경학적 요소가 차고 넘치면 북한의 핵 포기도 불가능이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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