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1.05 16:23
수정 : 2017.11.06 16:12
트럼프 요청에 프로 골프 선수 동행
2만1000명 경찰 인력 동원 대대적 경계
모자엔 “도널드와 신조, 동맹 더 위대하게”
역대 미국 대통령 방일 중 최대 규모 경호
일본 방송 헬기 타고 골프장 가는 모습도 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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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일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왼쪽에서 세번째)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오른쪽) 일본 총리, 세계 랭킹 4위의 일본 골프선수 마쓰야마 히데키(왼쪽에서 4번째)와 함께 사이타마현 가스미가세키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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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본 도착 이틀 전인 3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가나가와현에 있는 골프장에서 미리 골프 연습을 했다. 아베 총리는 자신과 가까운 이들이 운영하는 사학법인이 특혜를 받았다는 ‘모리가케 스캔들’이 시작된 올봄 이후 여론을 의식해 골프를 자제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과의 골프 회동에 대비하기 위해 오랜만에 연습에 나섰다.
마침내 트럼프 대통령이 방일한 5일 오전 아베 총리는 사이타마현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 클럽하우스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맞았다.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은 2020년 도쿄올림픽 골프 경기장으로 쓰일 예정인 곳으로 일본 내에서도 인기가 많아 쉽게 예약하기 어려운 곳이다. 근처에 큰 건물이 없어서 경호하기 비교적 편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원래는 정회원이 동반하지 않으면 예약을 할 수 없는 곳이지만, 이번만큼은 예외였다. 골프 회동에 앞서 양 정상은 미국산 쇠고기를 패티로 쓴 햄버거로 점심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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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와 신조가 동맹을 더 위대할 것이라고 쓰인 모자에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서명했다. 도쿄/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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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상은 “도널드와 신조가 동맹을 더 위대하게 할 것”라고 쓴 흰 모자에 사인도 했다. 아베 총리는 연설 때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부를 때 성이 아니라 이름인 “신조”라고 부른다며,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친분을 자주 강조해왔다. 골프 회동에는 세계 랭킹 4위인 일본 프로 골프 선수 마쓰야마 히데키 선수도 동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마쓰야마 선수와 함께 골프를 치고 싶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쓰야마 선수의 동행에 대해서 일본 내에서도 정치 행사에 스포츠 선수를 동원한 것은 스포츠를 정치에 이용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골프 선수가 동행하면 화제가 골프 위주로 흘러서 행동을 예측하기 어려운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일본에 곤란한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운 장점이 있다는 옹호론도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저녁 도코에 있는 유명 철판구이집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저녁도 함께한다. 스테이크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서 ‘와규’(일본 쇠고기) 요리가 유명한 식당을 준비했다.
일본 경찰은 트럼프 대통령 경호를 위해서 역대 미국 대통령 방일 중 최대 규모인 2만1000만명을 동원했다. 이는 미국 9.11 테러 이후 최대 규모 인력 동원이며, 2014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방일 때보다도 5000명 가량 많은 인력이다. 경찰은 6일 미-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도쿄 미나토구 영빈관 그리고 미국대사관, 골프회동이 열렸던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 등 주요 시설 뿐 아니라, 도쿄의 관문인 하네다공항과 나리타공항 그리고 주요 철도역에 경찰 인력을 배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떠나는 7일까지 도쿄를 지나는 주요 도로인 수도고속도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차량 행렬이 지날 때 일시적으로 차량 통행을 막는다. 도쿄역 등 주요 철도역과 지하철역에 설치된 물건 보관함인 ‘코인로커’ 사용도 트럼프 방일 기간동안 금지했다. 주요 역의 쓰레기통도 철거했다. 영빈관 주변 등 특별 경호 장소에는 경찰이 집중 검문검색을 하고 있으며,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테러제압부대도 배치했다. 소형 무인기 이용 테러를 막기 위해서 대형 무인기로 구성된 ‘무인항공기 대처 부대’도 배치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경호 등을 위해 여성 경찰 기동대원 수십명으로 구성된 ‘여성경계부대’도 처음으로 편성했다. 일본 경찰은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도쿄 우에노온시공원에서 지난달 31일 경찰견을 동원해서 쓰레기통과 풀숲을 뒤지는 등 위험물질 수색도 했다. 일본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 방문지와는 관계가 없는 곳에 까지 대규모 경계태세를 취하는 이유는 이 기간에 일반인 대상 테러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2만1000명이나 되는 인력을 동원한 이유에는 테러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경찰의 경계태세를 미리 보여주려는 목적도 있다.
일본 언론들은 트럼프 방일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엔에이치케이>(NHK) 등 일본 방송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전용기가 오넌 10시30분께 도쿄 요코타 미군 기지에 착륙하는 모습과 헬리콥터를 타고 골프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생중계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도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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