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1.05 21:35
수정 : 2017.11.06 16:10
문 대통령 균형외교 강조 왜?
“일본군 입국 등 국민들 용납못해”
‘북핵 해결’ 중국과 전략적 협력 필요
“균형외교, 국익 우선 원칙 밝힌 것”
일각 “한미 정상회담에 악재”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균형외교’를 강조해 눈길을 끈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미묘한 시점에 ‘한·미·일 3국 공조가 군사동맹화해선 안 된다’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국회 발언을 문 대통령이 재차 확인하면서, 발언의 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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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CNA(채널뉴스아시아) 임연숙 아시아 지국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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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 3일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 <채널 뉴스아시아>(CNA)와 한 인터뷰에서 한·미·일 군사동맹화 가능성을 일축한 것과 관련해 “(한·미·일 군사동맹은) 국민 정서상 용납할 수 없는 일로 여러차례 언급해온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미 북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선 한·미·일 간에 방어적인 군사훈련 등 협력을 하고 있으나, 이것이 동맹으로 발전하게 되면 (군사훈련을 위해) 사실상 일본군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한·미·일 정상 업무오찬 때도 “일본은 우리의 동맹이 아니다”란 태도를 명확히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때마다 이런 태도를 계속 말해왔으며, 아베 총리에게도 직접 여러차례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한·미·일 삼각동맹 형성을 경계하는 중국의 우려를 불식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 언급은 북핵문제에 관한 중국의 구실을 강조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나온 것”이라며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맥락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는 10~11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균형외교’를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문 대통령의 ‘균형외교’ 발언은 중견국가로서 국가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원칙을 밝힌 것”이라며 “시기적으로 늦은 감은 있지만, 문 대통령의 외교정책 기조를 공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박근혜 정부 역시 ‘신뢰·균형외교’를 외교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제시한 바 있다”며 “국익의 관점에서 보면 사실 너무나 당연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국내외에서 한·미·일 군사동맹화 움직임이 있었고, 미국도 한-일 관계 정상화 등을 강하게 요구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이럴 경우 한·미·일 남방 3각과 북·중·러 북방 3각 간 냉전시절과 같은 대립구도가 형성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나온 발언이란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그에 찬성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미국이 (균형외교론을) 좋아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도 “미국이 사드 추가 배치를 요구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또 우리가 기술적으로 통제시스템 등 미국 엠디(미사일방어)에 어쩔 수 없이 편입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는 점 등이 추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인환 성연철 김지은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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