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주한 미국 대사관 주최 ‘걸스플레이2(girls play2)’ 출범식에 참석한 멜라니아 여사. 사진 〈TV조선〉 화면 갈무리.
수해지 하이힐·연설 표절 등 미국 내에선 주로 구설
국외 순방에선 다양한 언어 구사하며 존재감 드러내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아이들 앞에선 시종일관 함박웃음
7일 주한 미국 대사관 주최 ‘걸스플레이2(girls play2)’ 출범식에 참석한 멜라니아 여사. 사진 〈TV조선〉 화면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활짝 웃었다. 입이 귀에 걸릴 정도였다. “Thank you(감사합니다)”를 두 번 말한 뒤, 손까지 흔들어 보였다. (▶영상 바로보기) 지난 7일 주한 미국 대사관 주최 ‘걸스플레이2(girls play2)’ 출범식에서 벌어진 일이다.
미국 내에선 늘 ‘연설 못 한다’는 혹평에 시달려왔던 멜리니아. 하지만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배화여중·동도중 등 남녀 학생 80여명은 멜라니아의 연설이 끝나자 환호성을 질렀고, 멜라니아는 그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로 답했다. 누리꾼들은 “원래 로봇설이 있을 정도로 잘 웃지 않는 사람이라던데, 한국 학생들의 ‘익룡 환호성’에 함박웃음을 지었다”며 “한국의 ‘급식 외교’가 성공했다”고 했다.
■ 미국에서 사랑받지 못한 퍼스트레이디
모델 출신임에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환하게 웃는 멜라니아의 표정은 낯설다. 그 이유를 톺아보면, 그간 언론 보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2016년 1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대선 때부터 언론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고 생각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 참석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줄곧 트럼프 비판에 앞장서 온 CNN과 뉴욕타임스 등을 ‘가짜뉴스’로 낙인 찍고 비난해왔다. 주류 언론의 보도 역시 트럼프를 비롯한 그 가족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에 대한 보도 역시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표절 논란’이 일었던 멜라니아의 연설. 긴장한 듯 굳은 표정으로 연설을 이어가고 있다.
멜라니아가 본격적으로 구설에 오른 건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지난해 7월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이었다. 슬로베니아에서 태어나 이민자 출신인 멜라니아는 모국어인 슬로베니아어를 비롯해 6개 언어를 구사할 줄 알지만, 안타깝게도 퍼스트레이디 업무를 맡을 만큼 영어가 유창하진 못했다. 당시 멜라니아 연설은 미셸 오바마의 연설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실제 멜라니아의 연설은 2008년 미셸 오바마의 연설과 민망할 정도로 비슷했다. (▶바로 가기 :멜라니아, 미셸 연설문 표절 논란)
트럼프 취임 이후에도 멜라니아는 초등학생 아들 배런의 학교생활을 이유로 백악관에 입성하지 않았다. 대신 트럼프의 맏딸 이방카가 백악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사실상 수행하며 주목을 받았고, 멜라니아는 ‘은둔의 퍼스트레이디’ 삶을 살았다.
지난 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부부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뒤늦게 모습을 드러내 또 한 번 언론의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CNN 방송은 “멜라니아가 전통을 깨뜨렸다”고 지적했고, 멜라니아는 뒤늦게 공항에 나타나 선글라스를 쓴 채 손을 흔드는 사진을 남기곤 플로리다로 떠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두번째)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 두번째) 부부가 지난 2월 워싱턴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 오르며 손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멜라니아가 가장 최근에 여론의 뭇매를 맞은 건 지난 8월 수해지 위로방문 때였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허리케인 하비 피해를 위로하려 텍사스주를 방문했는데, 멜라니아는 수해지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하며 ‘6인치(15.24㎝) 하이힐’을 신었다. 미국인들은 “백악관, 대단한 아이디어다. 잔해는 굽으로 찍어 치우면 되겠다” 등 때와 장소 구분에 실패한 멜라니아의 부적절한 패션을 질타하기도 했다. (▶바로 가기 :멜라니아, 수해지 위로방문에 ‘15cm 하이힐’ 구설)
멜라니아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인이 허리케인 하비 수해지를 방문하면서 하이힐을 신은 걸 비판하는 한 트위터 이용자의 게시물. 사진 홀리 오레일리 트위터
■ 밖에서 더 빛나는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국외 순방길에서였다. 밖에서도 말 실수로 문제를 일으켰던 트럼프와 달리 멜라니아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지난 5월 첫 국외 순방지에서 교황을 접견한 멜라니아는 교황과 농담을 주고 받으며 환하게 웃었다. 트럼프 대통령 옆에 굳은 표정으로 서 있던 교황이었다. 멜라니아는 교황과 로마의 밤비노 아기 예수 아동병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악수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사진 AP/연합뉴스
지난 7월 프랑스 방문 때도 트럼프가 프랑스 영부인 브리짓 마크롱에게 “몸매가 좋다”는 성희롱을 해 구설에 올랐던 것과 달리, 멜라니아는 우아한 모습을 보였다. 멜라니아는 프랑스에 도착하자마자 어린이 병원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프랑스어로 말을 걸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렸음에도 멜라니아의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며 “파리에서 아픈 아이들과 프랑스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각종 행사에서 품위있는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또 “멜라니아는 미국에서보다 국외 순방길에서 오히려 더 편안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방문 때 소아병원에 방문한 멜라니아. 사진 AP/연합뉴스
■ 아이들 앞에선 함박미소 퍼스트레이디
‘로봇’ 멜라니아가 광대 승천하는 미소를 보여주는 건 주로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다. 프랑스 소아병원에서 그러했고, 한국에서도 그랬다. 멜라니아는 7일 걸스플레이 출범식 연설 외에도 청와대 녹지원에서 김정숙 여사와 산책을 하던 중 한미 어린이 환영단을 만난 자리에서 아이들이 직접 그린 책을 선물하자 환하게 웃었다. 평소 멜라니아는 아이들을 좋아하고, 어린이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녹지원에서 김정숙 여사와 나눈 대화에서도 드러난다.
김 여사는 “(멜라니아) 여사께서 어린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특히 소외 당하는 아이들을 위해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자 애쓰신다는 얘길 들었다”고 하자 멜라니아는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다. 전 세계 학교 교육은 다르겠지만,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동일한 것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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