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1.29 19:19
수정 : 2017.11.29 22:07
“핵무력 완성” 선언 의도
제재로 북 경제상황 나빠져
정세 안정위해서도 완성 선언
미국과 대화국면으로 전환땐
비핵화 아닌 핵군축 주장할 듯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아이시비엠) ‘화성-15’형 시험 발사에 성공한 북한이 정부 성명을 통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북한은 ‘핵강국’이자 ‘평화애호국가’란 점을 강조하며, 향후 이어질 북-미 협상의 의제를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으로 삼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북한은 29일 낮 발표한 ‘공화국 정부’ 성명에서 화성-15형에 대해 “우리가 목표한 로케트 무기체계 개발의 완결단계에 도달한 가장 위력한 대륙간탄도로케트”라고 밝혔다. 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말을 따 “오늘 비로소 국가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케트 강국 위업이 실현됐다”고 전했다. 기술적 측면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핵탄두와 운반수단을 모두 갖춘 완벽한 핵무장국임을 정치적으로 선언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 발사 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북한은 지난 7월 두차례에 걸쳐 아이시비엠급 ‘화성-14’형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이어 9월3일엔 6차 핵실험을 실시하고, “국가 핵무력 완성의 완결단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이 대체로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북한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할 것으로 예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력 완성 주장을 예상보다 빨리 내놓은 것은 국내적 수요와 정세적 필요가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1월25일 당 중앙위 보도문을 통해 연말까지 ‘만리마 선구자 대회’를 열겠다고 밝히고, 자력갱생과 경제성장을 위한 ‘만리마 운동’을 1년 내내 독려해왔다. ‘선구자 대회’를 통해 경제적 성과를 내세우기 전에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것은, 김 위원장이 강조해온 ‘핵-경제 병진노선’이 성공했다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서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대북제재가 북한을 서두르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장기간 안정적이었던 북한의 곡물값이 하반기 들어 가파르게 오르는 등 대북제재의 효과가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국면을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엔 부정적 영향이 커, 핵무장 완성 선포 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정부 성명에서 “책임있는 핵강국이며 평화애호국가로서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숭고한 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자기의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대화 국면이 만들어지면,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을 협상의 의제로 삼겠다는 뜻이지만,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얘기여서 미국이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협상 국면으로 접어들지 않으면, 북한은 ‘핵무력의 질량적 강화’를 명분으로 추가 도발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으로선 화성-15형 추가 발사를 비롯해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여전히 많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핵무장 완성 선언 이후 북한이 평화공세로 전환하더라도, 국제사회가 호응을 하지 않으면 대화 국면으로 갈 수 없을 것”이라며 “대화를 위한 노력이 나오지 않는 한 정세는 바뀔 게 없다”고 지적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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