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11.29 21:45 수정 : 2017.11.30 00:34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뉴스분석 북 75일만에 미사일 발사

북 “신형 ICBM 성공”…미 본토 겨냥한 과업종료 선언
한미일 등 반발 속 한반도 긴장고조 당분간 불가피
북 핵강국 의무 내세워 미국에 대화 제의 가능성?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북한이 29일 새벽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아이시비엠)로 판단되는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한 뒤 “국가 핵무력이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한·미·일 등 국제사회는 대북 경제·외교 제재 수위를 더욱 높이는 ‘최대의 압박’ 정책을 이어갈 것임을 천명했다. 한반도 정세는 단기적 긴장 고조를 피할 수 없어 보이지만, 일정한 냉각기가 지나면 협상 국면으로의 전환에 대한 관련국들의 내부 정치적 필요성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이날 낮 ‘정부 성명’을 통해 이번에 발사한 장거리탄도미사일을 ‘화성-15’형이라 칭하며 “29일 새벽 2시48분(한국 시각 3시18분) 평양 교외에서 발사됐으며 정점고도 4475㎞, 사거리 950㎞를 53분간 비행했다”고 밝혔다. 로버트 매닝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초기 평가 결과 이번 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이번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 9월15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발사 이후 75일 만이다. 이른바 ‘자제 기간’을 끝내고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아이시비엠 발사라는 초강수로 북-미 간 교착 국면을 탈피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달 초 아시아 순방과 이어진 시진핑 중국 주석의 특사인 쑹타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서, 북한의 추가 긴장 고조 행위 가능성은 일찌감치 예견됐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쑹 특사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면담하지 못하자, 9년 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향후 한반도 정세는 북한과 미국의 행보와 셈법, 한국과 중국의 중재 역할 등이 맞물리면서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북한은 이날 정부 성명을 통해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켓 강국 위업이 실현됐다”고 선포했다. 실제 기술적 완성도나 실전 배치 가능성과는 별개로, 김 위원장이 1월1일 신년사에서 “미국 본토에 이를 수 있는 아이시비엠이 마감 단계에 있다”며 밝힌 ‘과업’을 종료했다는 ‘정치적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또한 성명에서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숭고한 목적의 실현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핵강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하면서 미국에 대화를 제의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역설적으로 김 위원장의 ‘핵·경제 병진 노선’ 완성을 명분으로 내세워 추가 도발을 중지하고 평화 공세로 돌아설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물론 북한이 협상 국면으로의 전환을 꾀하더라도, 한·미 정부가 이를 당장 수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미국의 대북 접근 방식을 바꿀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경제·외교 제재, 무력시위를 축으로 하는 ‘최대의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북한으로 오가는 물품의 ‘해상 수송 차단’을 포함해 각국에 독자적인 제재를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오전 6시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를 소집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경제 제재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원유 등 유류 제품의 수출 차단이나 대폭 축소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시진핑 주석과의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유류 수출 축소를 요구했지만, 시 주석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같은 ‘전략적 도발’ 상황이 아니라면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과정에서 제도적·구조적 통상 이슈에 대해서는 중국으로부터 양보를 받아낸 것이 없다는 기류가 백악관 및 전문가들 사이에 확산되면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라도 중국을 더욱 압박하려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한 소식통은 “미-중 갈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중국이 일정 정도 협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구조적으로도 북-미 간 요구의 간격이 현재로선 워낙 커, 단기간에 접점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요구 사항을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밝히지는 않지만,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핵·미사일 시험 중지 △개발 중지 △수출 금지 세 가지를 꼽은 바 있다.

이에 비해 북한은 반민반관 대화 등을 통해 비핵화 문제는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없으며, 한-미 연합훈련 중단 혹은 축소, 대북 제재 해제와 트럼프 대통령의 자극적 발언 중지 등을 협상 의제로 올릴 것을 요구해왔다. 이 가운데 핵심적 요구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 혹은 축소’라고 지난달 모스크바 비확산회의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전했다. 북-미 간 요구가 당분간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일정한 냉각기를 거치면 북-미가 ‘탐색적 대화’를 시작으로 협상 국면으로의 전환을 모색할 정치적 동력이 발생할 수 있다. 당장 미국은 내년 초부터 11월 중간선거 체제로 돌입한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사실상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는 선거를 앞두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수록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한국 정부도 내년 2월 평창겨울올림픽을 앞두고 긴장을 관리해야 할 절박한 처지에 있다. 중국 역시 시 주석의 권력 기반 강화 이후 북핵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정인환 기자 yyi@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