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북 75일만에 미사일 발사
북 “신형 ICBM 성공”…미 본토 겨냥한 과업종료 선언
한미일 등 반발 속 한반도 긴장고조 당분간 불가피
북 핵강국 의무 내세워 미국에 대화 제의 가능성?
북한이 29일 새벽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아이시비엠)로 판단되는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한 뒤 “국가 핵무력이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한·미·일 등 국제사회는 대북 경제·외교 제재 수위를 더욱 높이는 ‘최대의 압박’ 정책을 이어갈 것임을 천명했다. 한반도 정세는 단기적 긴장 고조를 피할 수 없어 보이지만, 일정한 냉각기가 지나면 협상 국면으로의 전환에 대한 관련국들의 내부 정치적 필요성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이날 낮 ‘정부 성명’을 통해 이번에 발사한 장거리탄도미사일을 ‘화성-15’형이라 칭하며 “29일 새벽 2시48분(한국 시각 3시18분) 평양 교외에서 발사됐으며 정점고도 4475㎞, 사거리 950㎞를 53분간 비행했다”고 밝혔다. 로버트 매닝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초기 평가 결과 이번 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이번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 9월15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발사 이후 75일 만이다. 이른바 ‘자제 기간’을 끝내고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아이시비엠 발사라는 초강수로 북-미 간 교착 국면을 탈피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달 초 아시아 순방과 이어진 시진핑 중국 주석의 특사인 쑹타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서, 북한의 추가 긴장 고조 행위 가능성은 일찌감치 예견됐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쑹 특사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면담하지 못하자, 9년 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향후 한반도 정세는 북한과 미국의 행보와 셈법, 한국과 중국의 중재 역할 등이 맞물리면서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북한은 이날 정부 성명을 통해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켓 강국 위업이 실현됐다”고 선포했다. 실제 기술적 완성도나 실전 배치 가능성과는 별개로, 김 위원장이 1월1일 신년사에서 “미국 본토에 이를 수 있는 아이시비엠이 마감 단계에 있다”며 밝힌 ‘과업’을 종료했다는 ‘정치적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또한 성명에서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숭고한 목적의 실현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핵강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하면서 미국에 대화를 제의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역설적으로 김 위원장의 ‘핵·경제 병진 노선’ 완성을 명분으로 내세워 추가 도발을 중지하고 평화 공세로 돌아설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물론 북한이 협상 국면으로의 전환을 꾀하더라도, 한·미 정부가 이를 당장 수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미국의 대북 접근 방식을 바꿀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경제·외교 제재, 무력시위를 축으로 하는 ‘최대의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북한으로 오가는 물품의 ‘해상 수송 차단’을 포함해 각국에 독자적인 제재를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오전 6시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를 소집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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