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2.01 19:21
수정 : 2017.12.02 00:37
송 국방장관 1일 국방위서
‘해상 봉쇄’‘해양 차단’ 혼용
청 “봉쇄는 전시에나 가능”
해상 봉쇄 검토 않는다 선
틸러슨 ‘해양 차단’ 성명 뒤
PSI 차원 대북 제재 해석도
봉쇄 땐 중·러 반발 불보듯
전문가 “봉쇄는 정전협정 위반”
1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시험발사에 대응해 미국 쪽에서 추가 제재 조처 중 하나로 거론되는 ‘해상 봉쇄’ 또는 ‘해상 차단’에 대해 정부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 쪽은 ‘해상 봉쇄’와 ‘해상 차단’을 혼용한 송 장관 개인의 ‘실수’ 또는 ‘사견’이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실제 대북 해상 봉쇄를 검토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어, 송 장관이 일으킨 ‘혼란’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국방부는 국방위 산회 1시간여 만에 송 장관의 발언에 대한 해명 입장을 내놨다. 국방부는 송 장관의 발언이 “유엔 안보리 결의 제2375호에 명시된 ‘금수품 적재 선박에 대한 공해상 검색 강화조치’의 이행 협력에 대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지난 9월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2375호에서 “금지된 화물을 운송하고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 북한 선박을 공해상에서 기국(선박 등록국)의 동의 아래 수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1874호부터 포함된 조항이다. 기국이 동의하지 않거나, 북 선박이 저항하면 이를 이행할 수 없다는 맹점 때문에 미국은 지난 9월 결의 2375호 초안에서 이 규정을 강제·의무 조항으로 바꾸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무력충돌을 우려한 중국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날 논란을 부른 ‘해상 봉쇄’(naval blockade)는 적 또는 가상 적국의 해상을 무력으로 봉쇄해 외국과의 교역 및 통항을 못하게 하는 조치로, 대상 국가에 대해 국제적 제재 조치를 이행하기 위해 금지구역을 설정해 출입선박에 대한 위치 확인, 식별 및 추적, 정선, 검색, 항로변경 또는 나포 등을 실시하는 ‘해양차단작전’(maritime interdiction operation)과는 차이가 있다.
청와대는 해상 봉쇄에 관해 “정부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청와대 쪽은 해상 봉쇄는 실제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전쟁을 전제로 한 위험한 방식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해상봉쇄라는 것은 그야말로 1962년 쿠바 미사일 사태 당시 미군이 쿠바 해역 전역을 둘러싸고 일체의 무기나 물자가 들어가지 못하게 한 것과 같은 것이다. 이는 전쟁을 전제로 한 것이다”라며 “지금 북한 해상을 봉쇄하려면 동해와 서해를 완전히 둘러싸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해상 봉쇄’ 논란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낸 성명에서 본격화했다. 틸러슨 장관은 성명에서 “기존 유엔 차원 제재 이행에 더해 국제사회가 북한을 오가며 물품을 수송하는 해상교통을 차단할 권리를 포함한 해양 안보를 강화하는 추가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국이 지난 2003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피에스아이)를 염두에 두고 ‘해상 수송 차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피에스아이는 대량살상무기 등 운송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항공기 등에 대해 참여국들이 육·해·공에서 ‘차단 조처’를 취하는 국제 협의체다. 노무현 정부는 북한과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우려해 피에스아이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출범과 함께 부분 참여하다 천안함 사건 이후 전면 참여를 결정했다.
틸러슨 장관의 주장이 피에스아이 또는 기존 안보리 제재를 강화한 ‘해상 차단’이지, 지난 1960년대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미국이 단행했던 전면적인 ‘해상 봉쇄’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전면적인 해상 봉쇄는 국제법적 근거도, 실효성도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은 쿠바처럼 섬나라가 아닌 탓에 중국과 러시아와 육로로 연결돼 봉쇄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 또 서해와 동해에 미군 함정이 들어서 해상 봉쇄에 나선다면, 각각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특히 미중 무역을 위한 화물선이 서해를 통과한다는 점에서 상시적 해상 봉쇄는 두나라에 경제적 타격이 될 수도 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대북 해상봉쇄는) 정전협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전협정 2조 15항은 “정전협정은 적대중인 일체 해상 군사력에 적용되며, 이런 해상 군사력은 비무장지대와 상대방의 군사통제하에 있는 한반도 육지에 인접한 해면을 존중하며 한반도에 대해서는 어떠한 종류의 해상 봉쇄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 대표는 “한미동맹이 북한에게 정전협정 준수를 촉구하면서 정전협상 상의 가장 중요하고도 민감한 조항을 위반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국제해양법 체제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해상 봉쇄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조 위원은 “피에스아이도 국제법적 근거가 없는 임의적인 조치이긴 하지만, 미국이 개별 국가와 협력을 통해 제재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며 “미국으로선 안보리 추가 결의를 통해 기존 해상 차단 규정의 빈틈을 메우는 방식이 이상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정인환 성연철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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