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2.18 17:49
수정 : 2017.12.20 15:26
아기가 든 작은 하얀색 상자를 꼭 껴안고 아버지는 끊임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미숙아로 태어나 더욱 가슴 졸였을 나날, 믿고 맡겼던 병원에서 아기가 숨지고 부검까지 받게 된 상황을 그 어떤 보호자가 받아들일 수 있었겠는가. 사망 원인과 함께 병원 과실 여부에 대한 철저하고 신속한 조사가 필요하다.
상급종합병원인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16일 발생한 사건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불과 81분 만에 4명의 신생아가 잇달아 숨진 이유에 대해 1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이 실시되고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가 이틀째 진행됐지만 아직 명확한 답을 내기엔 이르다. 하지만 이날 질병관리본부가 역학조사 과정에서 4명 중 3명이 ‘그람음성균’ 중 하나에 감염됐을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힌 만큼, 병원 내 감염 가능성에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다.
그람음성균은 면역력이 떨어진 성인 환자들에게도 인공호흡기 관련 폐렴과 요로 감염 등 2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세균이므로, 임신 37주 미만의 미숙아로 태어난 신생아들에겐 더더욱 치명적이었을 것이라 한다. 2년 전 메르스 사태 때도 병원 내 감염은 가장 큰 문제였다. 다만 4명 가운데 이 세균이 확인되지 않은 아기가 포함된데다 같은 시간대에 신생아들이 잇달아 숨진 이유를 하나로 단정짓기 어려운 만큼, 약물 투여 오류나 인큐베이터 기기 문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번 이대목동병원의 대응은 아무리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애초 신고는 2명이 숨진 다음에 한 보호자가 경찰에 먼저 했고, 보건소에도 병원이 아닌 경찰이 먼저 알렸다. 패닉에 빠진 보호자들에게 설명하기 앞서 기자회견부터 열기도 했다. 무엇보다 환자의 경미한 위험 신호라도 미리 확인해 대응하는 게 기본이 되어야 할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아기들이 심정지가 올 때까지 몰랐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이 병원은 지난해 결핵 간호사로 인해 2명의 신생아가 잠복결핵에 걸리고, 9월엔 생후 5개월 영아가 맞던 수액에서 벌레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대목동병원은 과실이 드러날 경우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각오로 보건당국의 조사에 임해야 한다. 보건당국은 이번 일을 계기로 이 병원은 물론 전체 종합병원의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 세상을 떠난 작은 생명들을 위한 최소한의 책임이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