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05 16:26
수정 : 2018.11.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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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여야정 협의체회의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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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개혁
“선거연령 18세 인하 논의를”
문 대통령 적극 제안에 포함되자
김성태 대표 “역시 고단수” 반응
‘OECD 유일 19살’ 개정 급하지만
한국당 하향 반대에 번번이 무산
‘연동형 비례제’ 등 선거제 개혁도
제1야당 협조 없인 현실화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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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여야정 협의체회의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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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에서 “선거연령 18세 인하를 논의하고 대표성과 비례성을 확대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선거연령 18살 인하’ 부분은 문 대통령의 요청으로 삽입됐다. 문 대통령이 현행 만 19살 선거권을 국제기준에 맞춰 적어도 18살까지 낮추자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지만, 그간 이에 반대해온 자유한국당이 협조하지 않는 한 현실화가 쉽지 않아 보인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정상설협의체 회의가 끝난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거제도 개혁과 함께 (선거연령) 18세 인하를 포함해 달라는 대통령 말씀이 포함돼서 (합의문) 9번 문항에 들어간 것”이라고 소개했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도 브리핑에서 “선거연령 18세 인하 문제는 저도 이야기했는데 오히려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합의하자고 즉석 제안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그만큼 ‘선거연령 18살 하향’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즉답을 피한 채 “역시 대통령님이 고단수”라고 반응했다고 한다.
국방과 납세의 의무, 혼인할 권리 등을 18살부터 인정하고 있지만 우리 선거법에서는 유독 투표권만 19살로 높여 잡고 있어 시급히 개정돼야 할 조항으로 꼽혀왔다. 시민사회는 물론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도 선거권 연령기준 하향을 권고했고, 2016년 8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18살 선거권을 담은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문 대통령도 ‘18살 선거권’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후보 시절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가입국 가운데 선거연령이 19세인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선거권 18세는 세계적인 기준”이라며 ‘18살 투표’를 강하게 주장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3월에 발의한 개헌안에서도 ‘선거연령 18살’ 규정을 넣었다. 선거연령을 헌법에 규정해 법률 개정을 강제하자는 의지를 담은 것이었다.
현재 20대 국회에는 선거연령 하향 법안 10여건이 발의돼 있다. 지난해 5월 대선 당시엔 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의 대선 후보 모두 18살 선거권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올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선거연령 하향에 합의했지만 선거법 개정이 실현되지 못했다. 자유한국당의 반대 때문이었다.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만으로도 과반 의석이 넘어 선거법 개정이 가능하지만, ‘게임의 룰’을 정하는 정치관계법의 경우 여야 정치 합의가 관례였기 때문에 제1야당 동의 없이 통과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문 대통령이 선거연령 하향을 거듭 강조했지만 입법 전망이 밝지 않은 이유다.
정당득표율에 맞춰 의석수를 정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을 포함한 선거제도 개혁도 마찬가지다. 이날 국정상설협의체는 “대표성과 비례성을 확대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협력한다”는 수준에서 합의문을 썼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 전환을 주장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부정적인 기류가 형성돼 있다.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이 주재한 여야 5당 대표들과의 오찬 모임에서도 “선거제도와 관련해 가능한 한 연말까지 개혁안을 마련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는 추상적인 합의문을 발표하는 데 그쳤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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