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30 10:52
수정 : 2019.04.30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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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24일 낮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 케이티(KT) 아현지사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하는 동안 통신구 맨홀 밖으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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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대란 불렀던 KT 아현지사 화재 경찰 수사 결과 발표
경찰 “장시간 발화로 통신구 내부가 심하게 소훼된 탓”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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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24일 낮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 케이티(KT) 아현지사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하는 동안 통신구 맨홀 밖으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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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24일 발생해 서울 서북부와 경기도 고양 일부지역까지 통신대란을 불러왔던 케이티(KT) 아현지사 화재 사건에 대해 경찰이 “장시간 화재로 인한 현장 훼손으로 원인 규명이 불가능하다”는 수사 결과를 내놨다.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장장 5개월 간 진행된 수사가 ‘원인 모름’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30일 “(케이티 아현지사 화재 당시) 약 9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화재로 통신구 내부가 심하게 소훼돼 구체적인 발화 지점을 한정할 수 없었다”며 “과학적으로 검증 가능한 발화 원인을 규명할 수 없어 내사를 종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결과에 따르면 화재 현장 통신구는 맨홀 지점과 집수정 방향의 주연소 지점 끝부분 사이에서 발화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발화지점을 한정짓기도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번 수사 결과를 내놓기 위해 국과수와 소방서, 한국전력과 전기안전공사 등 유관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세 차례의 화재현장조사와 두 차례의 합동회의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방화나 실화일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먼저 방화 혐의에 대해 “시시티브이(CCTV) 상 누가 통신구 내에 출입한 사실이 없고, (인화성 물질이 들었는지 확인하는) 간이유증검사, 연소잔류물에 대한 인화성 물질 확인 시험 결과 등으로 봤을 때 방화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어 “최초 목격자이자 신고자인 ㄱ(57)씨, 건물관리부서 관계자와 통신구 출입자 관리부서 관계자 등 모두 25명을 조사했지만 화재 발생 당일 통신구 내 작업자나 출입자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실화 가능성에 대해선 “화재 당일 통신구 내에 작업자가 없었고 화재 현장에서 담배꽁초와 같은 발화 물질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사람에 의한 실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없고 기타 원인에 의한 실화 여부도 국과수 감정에 따르면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KT아현지사는 2015년 방송통신발전법 제36조에 따라 ‘방송통신재난계획’을 수립해 행정관청의 관리를 받아야 하는 시(C)등급 시설로 지정됐으나, 화재 발생 시까지 등급 조정을 하지 않고 디(D)등급으로 자체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따른 방송통신재난관리 기본계획의 ‘중요통신시설 지정기준’을 보면, 재난 발생 때 피해 범위가 서울 및 수도권 등 ‘권역 규모’인 시설집중국은 에이(A) 등급으로 분류되고, ‘광역시/도 규모’는 비(B) 등급, ‘특별자치시(세종시) 및 3개 이상의 시/군/구 규모’면 시 등급으로 분류된다. 아현국사가 받은 디 등급은 ‘피해 범위가 시/군/구 규모인 시설국’에 해당한다. 이 기준에 비춰보면, 지난해 11월 화재로 서울 서대문구와 마포구, 중구와 용산구, 은평구와 경기도 고양시 일부 지역 등 서울 지역 최소 5개 구와 경기 일부까지 통신장애를 불러올 정도로 대형화한 케이티 아현국사는 중요 통신시설에 해당하는 시 등급 적용을 받아야 한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시정명령을 내려
시등급으로 등급 상향을 마쳤다”며 “시정 명령 이후 케이티 쪽에서 바로 상향 조처를 마쳤기 때문에 과태료를 물진 않았다”고 말했다. 시정 명령 이전 케이티 쪽이 디등급으로 자체 관리를 해온 문제에 대해선 “관련 형사처벌 조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로써 이번 케이티 아현지사 화재와 관련해 형사처벌 대상자로 경찰에 입건된 사람은 현재까지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화와 실화 가능성이 없는 데다 관리부실과 관련해서도 형사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초신고자와 건물 관리 총괄책임자, 경비 관리소장, 케이블 관리 부서 등 관련 부서 직원, 전기안전 관리자와 소방시설 관리자, 일용직 근로자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며 “이 가운데 케이블 관리 부서 직원 1명이 부실관리 책임자로 조사가 됐지만, 근무 태만이나 관리 부실로 형사처벌을 할 순 없다”고 말했다. 화재 피해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이냐는 지적에 대해선 “책임을 물으려면 화재 원인이 규명되고 원인을 제공한 행위를 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 화재에 대해 처벌하는 것이다. 화재 원인 자체가 규명이 안 된 상태에서 그 사람을 화재와 연결시켜서 처벌할 순 없다”고 답했다.
아울러 케이티 아현지사 지하통신구가 소방기본법상 특별소방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실과 관련해서도 제도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법적용 대상 지하구는 폭 1.8m 이상, 높이 2m 이상, 길이 500m 이상이어야 하는데 케이티 아현지사 지하통신구는 폭 2m, 넓이 2.3m, 길이 112m로 길이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특별소방점검 대상에서 빠졌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통신구가 점검 대상에 빠져있던 것과 관련해 소방청 수준에서 적용 대상을 넓히는 쪽으로 법령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24일 오전 11시13분께 서대문구 충정로의 케이티 아현지사 지하통신구 광케이블에서 불이 나 이날 밤 9시26분께 완전히 꺼졌다. 이 화재로 16만8000회선의 유선 회로와 220조 뭉치의 광케이블에 불이 붙으면서 서울 서북부 지역과 경기도 고양 일부 지역까지 통신이 마비되는 통신장애가 발생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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