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12.12 18:30 수정 : 2018.12.16 18:00

12일 오후 충남 태안군 태안읍 태안보건의료원 상례원 2층 3호실에서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켄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고 김용균(24)씨의 빈소. 태안/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2일 오후 충남 태안군 태안읍 태안보건의료원 상례원 2층 3호실에서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켄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고 김용균(24)씨의 빈소. 태안/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사진 속 ‘대통령과 만나고 싶다’는 손팻말을 든 그의 낡은 안전모에 자꾸 눈길이 갔다. 수많은 선배가 썼을 그 안전모, 24살 청년은 채 몇달도 써보지 못했다.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는 2010년 이후 이미 11명의 하청업체 노동자가 숨진 곳이다. 우리 사회가 원인과 해법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은 멈추지 않는지, 분노보다 절망감이 더 크다.

11일 새벽 컨베이어벨트에서 숨진 채 발견될 때까지 김용균씨는 여러 시간 방치돼 있었다. 누군가 한 사람만 있었더라도 안전장치를 작동해 기계를 멈출 수 있었겠지만, 불과 입사 3개월 차인 그의 곁엔 아무도 없었다. 노동자들은 그동안 ‘2인1조’ 근무를 요구해왔지만 서부발전이나 하청업체 쪽은 위험업무가 아닌 단순업무라는 이유로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컨베이어 운전이 필수유지 인력에 해당하고 그동안에도 노동자들 부상이 잦았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이다. 작업환경과 규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위법 여부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

‘2인1조’ 근무 등이 지켜지지 않는 환경을 ‘위험의 외주화’와 떨어뜨려 생각하긴 힘들다. 발전정비 분야의 경우 2013년 본격적인 경쟁 도입 이후 외주화에 가속도가 붙었다. 발전소가 통상 1~2년마다 입찰 가격과 안전사고 등을 기준으로 업체를 바꾸다 보니, 하청업체들은 노동자의 안전한 작업환경 보장은커녕, 사고가 있어도 숨기기 급급하게 된다. 최근 5년 동안 발생한 발전소 산업재해 346건 가운데 97%인 337건, 사망사고 40건 가운데 37건의 피해자가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장에 나온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정규직 안 해도 좋다. 죽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까지 호소했지만, 또다시 들려온 청년의 죽음에 망연자실할 뿐이다.

19살 비정규직 노동자가 숨진 2년 전 서울 구의역 사고 이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 여러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은 것은 없다. 정부가 지난달 1일 낸 전면 개정안도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 한번 되지 않았다고 한다. 현 정부의 생명·안전 분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침에도 불구하고 실제 전환된 실적은 미미하다. 김씨의 부모는 “왜 우리가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또 얼마나 겪어야 이게 시정될 수 있는 건지 누군가 말해달라”고 절규했다. 정부와 국회는 뭐라 답할 것인가.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