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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12 20:26 수정 : 2018.12.16 20:06

12일 오후 충남 태안군 태안읍 한국서부발전 본사 앞에서 열린 ‘고 김용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가칭)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부모가 오열하고 있다. 태안/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숨진 24살 청년 김용균씨
‘기초생활수급’ 가난 벗어나려 하청업체 취직
동료들 “더 나은 곳 가려 컴퓨터 공부했다…
첫 직장서 누구보다 성실한 탓에 사고” 흐느껴

원청 한국서부발전 직원들 장례식장서 쫓겨나
대책위 “원청이 사건 은폐하려 늦게 신고” 의혹 제기

12일 오후 충남 태안군 태안읍 한국서부발전 본사 앞에서 열린 ‘고 김용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가칭)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부모가 오열하고 있다. 태안/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1일 새벽 홀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24)씨가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뒤 5시간 넘게 방치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동계에서는 하청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라는 외침이 거세지고 있다. 12일 태안에 마련된 기자회견장과 빈소는 유족과 동료들의 서러운 흐느낌과 울분이 뒤섞이며 종일 스산했다.

‘고 김용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대책위)는 이날 태안 한국서부발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 김용균씨는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납시다’라는 피켓을 들고 면담을 요구했지만, 대통령을 만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다”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약속만 하고 돌아보지 않는 대통령, 책임지지 않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온 김씨의 어머니는 내내 “어떻게 이렇게 우리에게 가혹한 건지…” 울먹이며, 겨우 말을 이어갔다. “우리 아들이 (하청업체로) 가게 된 이유는 단 한가지예요. 고용이 안 됐어요. 여기저기 서류를…, 반년 이상 헤맸어요. 그러다 찾은 게 여기예요. 대통령께서 얘기하셨잖아요. 고용 책임지겠다고. 나는 우리 아들밖에 보고 살지 않았어요. 다른 욕심도 없었는데. 왜 내가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정말 알 수가 없어요.” 어머니는 말하는 내내 흐느꼈다.

12일 오후 충남 태안군 태안읍 태안보건의료원 상례원 2층 3호실에서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김용균씨의 빈소. 태안/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인근 태안군 보건의료원에 마련된 장례식장 풍경도 다르지 않았다. 그의 회사 동료 이아무개씨는 “용균이는 외아들이고, 용균이네는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라며 가슴을 쳤다. 김씨의 아버지는 지병이 있어 일을 못 하고, 어머니가 일해 겨우 생활을 꾸렸다고 한다. 이씨는 “용균이는 이런 걸(가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더 나은 회사에 가려고 컴퓨터 쪽 공부도 했고, 첫 직장이니 누구보다 성실히 일하려다 이런 사고가 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빈소를 찾은 한국서부발전 관계자들은 “우리가 현장에서 애 찾고 있는 동안 왜 구경만 했느냐”는 고함을 듣고 돌아서야 했다. 김씨의 동료들은 빈소에서 “다시 작업장에 가는 게 무섭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김씨와 절친했다는 장아무개씨는 “혼자 깜깜한 곳에 나가는 게 무섭다. 어린애가 된 것 같다”고 했다.

대책위와 고인의 동료들은 고인의 사망 사실을 인지한 이후 원청업체인 한국서부발전이 보인 석연찮은 태도에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입사 3개월 차인 김씨는 석탄을 나르는 컨베이어벨트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연료 설비운전 파트’ 소속 직원이었다. 김씨가 컨베이어벨트에서 떨어진 석탄을 치우려다 사고가 난 것과 관련해 회사 쪽은 “떨어진 석탄을 치우는 건 김씨의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책위는 “하청업체의 업무지시서에는 설비 운영이 지연되지 않도록 설비가 떨어지면 즉시 제거하라고 되어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대책위는 한국서부발전이 사망 소식을 접하고도 1시간이나 늦게 경찰에 신고한 사실을 지목하며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대책위는 “경찰과 119 소방 쪽에 접수된 최초 신고 시간은 11일 새벽 4시29분인데, 한국서부발전이 발표한 최초 경찰 신고 시간은 11일 새벽 3시50분”이라며 “두 신고시간 시점이 40분이나 차이가 나는데, 그사이 서부발전이 대책회의를 하고 사고 현장 증거 등을 은폐한 것은 아닌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회사 쪽은 이날 최초 주검을 발견한 시각과 실제 신고 시각이 1시간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혼선이 있었다”며 은폐 시도 의혹을 부인했다. 사고 발생 신고를 접수하고 센터장이 현장에 나가 확인을 했는데, 센터에서는 센터장이 직접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센터장은 센터에서 신고했을 것으로 생각해 경찰 신고가 늦었다는 설명이다.

태안/선담은 송인걸 기자, 황춘화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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