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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22 22:27 수정 : 2018.12.23 21:58

22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김용균 범국민추모제'가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김용균 씨의 부모를 비롯한 집회 참가자들이 청와대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2일 오후 ‘고 김용균 범국민 추모제’ 열려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시민 등 3000명 참가
‘내가 김용균이다’ ‘죽음의 외주화 중단하라’ 외쳐
김씨 부모 “진상규명·관련자 엄벌” 요구
추모제 뒤 청와대 사랑채 앞으로 행진

22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김용균 범국민추모제'가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김용균 씨의 부모를 비롯한 집회 참가자들이 청와대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용균아, 너는 이제 하늘나라에서 정규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거야. 용균아 사랑한다!”

지난 11일 새벽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9·10호기에서 순찰 업무를 하던 도중 석탄운송설비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된 24살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죽음을 세상에 알린 이태성 발전노조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동료의 죽음 앞에서 자신을 ‘죄인’이라 칭하며 굵은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죽지 않고 일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동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싶지 않다는 간절한 호소가 이어졌다.

22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빌딩 앞에서 ‘고 김용균 범국민 추모제’가 열렸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 주최로 열린 이날 추모제에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과 시민 등 3000명(주최쪽 추산)이 참가해 김씨의 죽음을 애도했다.

참가자들은 ‘내가 김용균이다’, ‘죽음의 외주화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에 진상 규명과 관련자 엄벌,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했다. 김씨의 아버지 김해기씨는 무대에 올라 “잘못된 원청 책임자들, 아이들이 죽을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만들어놓은 정부는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모제에서는 김씨와 같이 살인적인 노동 조건에 내몰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고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첫번째 발언자로 나선 박석운 시민대책위 공동대표는 “화력발전소에서 지난 10년간 12명의 노동자가 작업 도중 사망했다. 12명이나 죽을 동안 발전소는 사람이 죽어나가는 작업조건과 노동환경은 전혀 개선하지 않고 결국 또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를 죽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 가운데 한 명인 김수억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장은 “어제도 부산 포스코 건설에서 또 한 명의 건설 노동자가 떨어져 죽었다. 최근 3주간 50명의 노동자들이 떨어져 죽고, 끼어 죽었다”며 “너무나 무섭고 두려운 것은 용균이 뒤에 또 생때같은 청년이 죽어나갈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구하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서두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1월 산업체 현장실습 중 목숨을 잃은 제주도 특성화고생 고 이민호군의 아버지 이상영씨는 노동부 등 관리감독기관의 잘못을 질타했다. 이씨는 “잦은 사고로 젊은 청춘들이 목숨을 빼앗기는 것은 제도의 미비도 있겠지만 관리감독기관의 문제가 크다”며 “사고가 발생하면 유가족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기업체를 먼저 생각하고 사고가 나서야 안전점검, 특별근로감독에 나선다”고 꼬집었다.

22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김용균 범국민추모제'가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려, 김용균씨 부모님가 무대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형상화한 조형물. 신소영 기자
22일 밤 청와대 인근 가로수에 ‘고 김용균 범국민 추모제’ 참가자들이 묶어놓은 검은 근조 리본이 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이날 추모제에서는 김씨의 부모가 나란히 무대에 올라 너무 일찍 떠나버린 아들을 기리며 아들에게 쓴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아들이 아기 때 잠투정이 있었다. 그런데 이 노래만 불러주면 새근새근 잘 잤다”며 어린 아들에게 불러주던 자장가를 피아노 선율에 맞춰 다시 불렀다. “지금도 자면서 웃던 모습이 자꾸만 생각나 눈물이 난다”는 어머니 김씨는 아들에게 쓴 편지에서 “이제 너가 바라던 걸 하나씩 이루며 너를 지키지 못한 것을 속죄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어머니 김씨는 “비록 내 아들은 원통하게 갔지만 아직도 아들의 동료들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며 “다시는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나라가 책임있게 행동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어머니 김씨가 말하는 동안 옆에서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던 아버지 김해기씨는 “오늘 이렇게 많은 분들이 모일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다”며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후 6시40분께 추모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김씨 동상을 앞세우고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광화문 광장을 지나 청와대 사랑채 앞으로 행진했다. 한때 경찰이 신고된 2개 차로가 아닌 4개 차로를 점거했다는 이유로 행진 대열을 막아 참가자들이 도로에 앉아 구호를 외치기도 했지만 저녁 7시34분께 경찰 병력이 물러서면서 다시 행진이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청와대 인근 가로수에 ‘내가 김용균이다’라고 적힌 검은 근조 리본을 매달고 밤 8시13분께 해산했다.

이유진 오연서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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