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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30 20:19 수정 : 2018.12.30 21:11

김용균씨는 지난 10일 밤 8시35분 트랜스퍼타워(05-A)에서 고착탄을 제거했다. 동료 노동자가 고착탄을 제거하는 모습을 재연했다.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제공

발전소 운영 민영화 내달리다…‘자충수’에 빠진 정부
1991년 민간발전정비시장 논의 뒤
2003년 공기업과 짝지어 민간 육성
전문성 갖춰 경쟁력 키우려 했지만
실제론 인력파견업체 수준 그쳐

총도급비 중 노무비가 90%나 차지
안전비 1.5%, 연구개발비 0.5% 불과

비정규직 양산·안전불안 구조 바꿀
뾰족한 대안 못 내놔 참사 반복 우려

김용균씨는 지난 10일 밤 8시35분 트랜스퍼타워(05-A)에서 고착탄을 제거했다. 동료 노동자가 고착탄을 제거하는 모습을 재연했다.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제공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까스로 통과됐지만,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를 조성한 설비 소유와 운영의 이원화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참사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영화를 통한 전문 정비 시장 육성’을 오랜 기간 추진하며 발전소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양산해온 정부는 뾰족한 정책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30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보면, 도금이나 수은·납·카드뮴 사용 작업의 사내도급만 원천 금지됐을 뿐이고 고 김용균씨가 했던 발전소 운영 하청 등은 여전히 도급 계약이 가능하다. 또 원청 사업주의 안전보건 책임 의무가 커지긴 했지만, 인력 및 설비 운용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하청업체의 몫이다.

현재 정부 정책에 따라서는 하청업체가 안전사고를 충분히 막을 설비투자 및 인력운용 계획을 세울 수조차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이 공개한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의 위탁계약서와 용역비 산출내역서 등에 따르면, 김용균씨를 고용한 한국발전기술은 2015년 다른 3개 업체와의 경쟁 입찰을 거쳐 태안발전소 9·10호기 및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 연료환경설비 위탁운전 용역 계약을 따냈다. 입찰 참여 4개 기업의 투찰 가격은 206억~212억원으로, 최저가를 적어낸 한국발전기술이 낙찰받았다.

그 결과 총도급비 206억원(부가가치세 제외하면 약 188억원) 가운데 노무비만 90.1%(169억원)다. 안전관리비는 1.5%(2억8천만원), 연구개발비는 0.5%(1억원), 이윤은 1%(1억9천만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민영화 목적으로 전문 발전소 운영·정비 업체 육성을 내걸었지만, 실상 해당 업체와 발전사 간 계약 내용은 ‘인력 파견’ 계약에 가까운 것이다.

이훈 의원은 “발전소 정비·운영 물량이 공고되면 기술력으로나 인력 운영 면에서나 비슷비슷한 수준의 업체가 비슷한 수준의 금액을 투찰하며 경쟁한다”며 “이윤 1%, 연구개발비 0.5% 수준의 위탁사업을 설계한 하청업체가 제 돈을 들여 원청업체 설비에 풀코드(비상정지장치)를 장착하고 2인1조가 가능한, 충분한 현장 인력을 운용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민영화를 추진해온 산업통상자원부는 ‘시간을 달라’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미 관련 민간기업이 육성된 시장을 다시 공공의 영역으로 돌리는 것은 20여년 전으로 회귀하자는 것이라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며 “경쟁정책 등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정책 용역 등을 통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발전소 운영·정비 인력의 적정성을 따지는 용역 연구를 실시하고, 협력업체 노동자 등과 함께 설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추려 단계적으로 조처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1991년 한전기공 파업을 계기로 민간발전정비시장 도입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민간기업의 기술력 등이 제대로 성숙되지 않자 정부는 2003년부터 남동발전-금화피에스시(PSC), 중부발전-원프랜트·에이스기전, 동서발전-일진에너지·석원산업과 같이 공기업과 민간회사를 짝지어 민간업체 육성을 추진했다. 정부는 이렇게 생겨난 민간업체들과 공기업들을 2009년부터 경쟁시키려고 했지만, 여전히 민간기업들의 기술력 등이 자리잡지 못해 2013년으로 경쟁 도입을 한차례 미루기까지 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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