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2018년 12월11일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노동자 김용균씨의 참혹한 죽음이 있었고, 27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일명 ‘김용균법’이 통과되었다. 김용균씨 어머니는 어느 집회에서 아들의 친구를 쓰다듬으며 ‘너라도 살아라’는 말을 되뇌었다 한다. 2019년은 ‘너라도 살라’는 어머니의 그 마음이 정치가 되고 정책이 되고 여론이 되어, 적어도 산업재해로 죽는 일만은 막을 수 있는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우리는 자식 잃은 부모의 애끓는 마음만으로 산업재해를 막을 수 없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다. 너무 오랫동안 무수한 ‘김용균씨’를 보았고, 사건이 날 때마다 ‘이번에는 기필코 해결하겠다’는 정치인과 관료들의 무수한 다짐을 들었다. 하지만 2017년에도 2천여명의 ‘김용균씨’가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법과 제도를 제대로 만드는 일은 중요하다. 위험 업무의 외주화를 금지하고, 산재가 발생했을 때 원청에 강력한 책임을 지우고, 노동자들에게 위험이 예상되는 작업 지시를 거부할 권한을 갖게 만드는 등의 장치는 필요하다. 작년에 간신히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조차도 부족한 부분이 많고,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은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돌이켜봐야 할 부분이 있다. 그동안 무수한 사고와 죽음이 있을 때마다 관련 입법 요구가 있었지만 계속 미루어지다가 2018년 12월에야 간신히 통과된 이유다. 20대 국회 들어서만도 산업재해 방지 관련 법 개정안은 여러 건 제출되어 있었다. 한정애 의원, 심상정 의원, 김동철 의원, 이인영 의원, 소병훈 의원, 신창현 의원, 유승민 의원 등이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동안 몰라서 안 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이 모든 법안들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잠만 자고 있다가 2018년 김용균씨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갈 수 있었다. 계속된 김용균씨들의 죽음 앞에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여론이 일었고, 노동계를 중심으로 거리에 나섰으며, 자식 잃은 부모가 국회 회의장 밖을 지키고 서 있은 뒤에야 간신히 가능해졌던 것이다. 27일 본회의장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반대 이유에 대해 ‘산업계에 미칠 파급력’을 들었다. 여론에 밀려 2018년 12월에는 단 한 표의 반대만이 나왔지만, 실제 그 무수한 시간 동안 이 법안들이 심의조차 되지 못한 것은 ‘산업계의 이익’ 때문이었다. 위험을 외주화한 원청, 노동자의 목숨을 담보로 이익을 추구해온 하청, 원청과 하청의 불법행위에 대한 감독 의무를 방기한 정부부처,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한 검찰과 사법부, 노동자의 목숨을 기업 이익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정치인의 오랜 협력구조가 있었기에 우리는 매년 노동자들이 산재로 희생당하는 현실을 막지 못했던 것이다. 산업계의 이익도 당연히 고려되어야 한다. 문제는 산업계의 이익만 대변되어왔다는 것이다. 위험한 작업현장에서 이 시간에도 목숨 걸고 노동을 해야 하는 평범한 김용균씨들을 대변할 정당, 정치인, 정부부처, 검찰, 사법부가 없거나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이 일방적인 힘의 불균형은 2018년 12월에 만든 법조차 작동하지 않게 만들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다. 이게 끝이 아니라는 어머니의 말씀처럼, 2019년 우리 사회가 ‘너라도 살아라’는 그 마음으로 정치인과 국회가, 고용노동부와 검찰이, 사법부가 기업의 이익보다 노동자의 생명을 더 중시하는지 아닌지를 관심 갖고 지켜보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칼럼 |
[야! 한국 사회] “너라도 살아라” / 서복경 |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2018년 12월11일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노동자 김용균씨의 참혹한 죽음이 있었고, 27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일명 ‘김용균법’이 통과되었다. 김용균씨 어머니는 어느 집회에서 아들의 친구를 쓰다듬으며 ‘너라도 살아라’는 말을 되뇌었다 한다. 2019년은 ‘너라도 살라’는 어머니의 그 마음이 정치가 되고 정책이 되고 여론이 되어, 적어도 산업재해로 죽는 일만은 막을 수 있는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우리는 자식 잃은 부모의 애끓는 마음만으로 산업재해를 막을 수 없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다. 너무 오랫동안 무수한 ‘김용균씨’를 보았고, 사건이 날 때마다 ‘이번에는 기필코 해결하겠다’는 정치인과 관료들의 무수한 다짐을 들었다. 하지만 2017년에도 2천여명의 ‘김용균씨’가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법과 제도를 제대로 만드는 일은 중요하다. 위험 업무의 외주화를 금지하고, 산재가 발생했을 때 원청에 강력한 책임을 지우고, 노동자들에게 위험이 예상되는 작업 지시를 거부할 권한을 갖게 만드는 등의 장치는 필요하다. 작년에 간신히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조차도 부족한 부분이 많고,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은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돌이켜봐야 할 부분이 있다. 그동안 무수한 사고와 죽음이 있을 때마다 관련 입법 요구가 있었지만 계속 미루어지다가 2018년 12월에야 간신히 통과된 이유다. 20대 국회 들어서만도 산업재해 방지 관련 법 개정안은 여러 건 제출되어 있었다. 한정애 의원, 심상정 의원, 김동철 의원, 이인영 의원, 소병훈 의원, 신창현 의원, 유승민 의원 등이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동안 몰라서 안 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이 모든 법안들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잠만 자고 있다가 2018년 김용균씨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갈 수 있었다. 계속된 김용균씨들의 죽음 앞에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여론이 일었고, 노동계를 중심으로 거리에 나섰으며, 자식 잃은 부모가 국회 회의장 밖을 지키고 서 있은 뒤에야 간신히 가능해졌던 것이다. 27일 본회의장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반대 이유에 대해 ‘산업계에 미칠 파급력’을 들었다. 여론에 밀려 2018년 12월에는 단 한 표의 반대만이 나왔지만, 실제 그 무수한 시간 동안 이 법안들이 심의조차 되지 못한 것은 ‘산업계의 이익’ 때문이었다. 위험을 외주화한 원청, 노동자의 목숨을 담보로 이익을 추구해온 하청, 원청과 하청의 불법행위에 대한 감독 의무를 방기한 정부부처,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한 검찰과 사법부, 노동자의 목숨을 기업 이익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정치인의 오랜 협력구조가 있었기에 우리는 매년 노동자들이 산재로 희생당하는 현실을 막지 못했던 것이다. 산업계의 이익도 당연히 고려되어야 한다. 문제는 산업계의 이익만 대변되어왔다는 것이다. 위험한 작업현장에서 이 시간에도 목숨 걸고 노동을 해야 하는 평범한 김용균씨들을 대변할 정당, 정치인, 정부부처, 검찰, 사법부가 없거나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이 일방적인 힘의 불균형은 2018년 12월에 만든 법조차 작동하지 않게 만들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다. 이게 끝이 아니라는 어머니의 말씀처럼, 2019년 우리 사회가 ‘너라도 살아라’는 그 마음으로 정치인과 국회가, 고용노동부와 검찰이, 사법부가 기업의 이익보다 노동자의 생명을 더 중시하는지 아닌지를 관심 갖고 지켜보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