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23 19:43
수정 : 2019.05.23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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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위원들이 지난달 3일 오후 충남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태안/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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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 쪽, 설문조사에 모범답안 미리 돌리고 물청소 등 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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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위원들이 지난달 3일 오후 충남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태안/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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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진상규명위·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가 출범한 지 51일 만에 서부발전 등 발전 5개사의 조사 방해로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진상규명위가 국무총리 산하에 꾸려진 만큼 ‘총리가 직접 나서서 진상규명위 활동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23일 <한겨레>가 확인한 진상규명위 조사위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발전소 쪽에서 진상규명위 설문조사에 응하는 노동자들에게 특정한 답을 하라고 주문하는 이른바 ‘모범답안’이 유인물로 발견되는 등 일련의 조사 방해 움직임이 포착됐다. 한 조사위원은 “더 이상의 조사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발전 5개사의 방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발전소 현장을 방문해보면 이미 물청소가 다 되어 있고, 현장 작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분진과 소음에 시달리는 발전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조사위원과 면담을 한 노동자가 오히려 “이렇게 조사해서는 진상규명위가 얻을 게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진상규명위는 고 김용균씨의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중대한 안전사고의 문제점을 분석하여 개선 과제를 도출하고,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자 지난달 3일 출범했다. 앞서 정부는 1월18일 “진상규명위 위원장과 조사위원은 국무총리가 위촉하겠다”고 밝히면서 “조사위원은 관계 전문가와 유족, 시민대책위가 추천하는 전문가 및 현장노동자 등으로 구성하여 위원회의 독립적인 조사활동 및 중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정부 관계자도 참여하여 협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무총리가 직접 위촉한 조사위원들은 지난달 3일 서부발전 태안화력 현장조사를 시작으로 발전 5개사가 운영 중인 전국
9개 화력발전소들의 안전관리 실태와 노동 실태 등에 대한 현장조사, 설문조사, 인터뷰 등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객관적 사실 확인이 담보되지 않으면서 조사위원들은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조사를 잠정중단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진상규명위는 상황 타개를 위해 이낙연 총리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총리가 발전 5개사에 직접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진상규명위 조사 과정에서 뭐가 문제가 되었는지, 서부발전이 자료 협조를 안 하는 건지 등을 고용노동부 지원단에서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이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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