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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2 17:55 수정 : 2019.07.22 19:21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

막바지에 들어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평가한다면 정부 입장에선 좀 섭섭할지 모르지만 잘해야 절반의 성공이 아닐까. 2년 만에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줄일 만큼 줄였으니 성공이라면 성공이다. 하지만 최근의 비정규직 연대파업에서 보듯 공공부문의 정규직화도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이다. 더구나 지금 가는 길은 15년 전 한번 걸었던 길이라서 새롭지도 않다.

공공 노조들이 연대파업에 나선 여러 이유를 하나로 정리하면 완전한 정규직화를 쟁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에서 밝힌 비정규직 제로 방침을 자신들의 비정규직 철폐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생각했다. 최저임금 1만원 요구를 받았듯이. 결과를 종합하면 20만5천명이 정규직이 되지만 일부만 본사 정규직이고 대다수는 무기계약직이거나 자회사 정규직이다. 본사 정규직이라고 하여 기존 정규직과 똑같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 별도의 직군으로 관리하며 임금체계와 인사관리 등에서 “합리적 차별” 장치를 두고 있다. 무기계약직의 경우 동일 직무의 노동이라고 하더라도 임금과 근로조건은 사업장마다 제각각이다.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의 경우에도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며 항의가 끊이지 않는다.

이런 크고 작은 공공기관의 갈등보다 정책 당국을 더 당혹스럽게 하는 대목은 민간 기업의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사실이다. 정부 계획상으로는 지난해 정기국회에 맞춰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제한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었지만 올해 정기국회가 코앞인데도 경제사회노동위원회나 고용노동부는 이를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다른 복안도 없어 보인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이유를 설명하고 새로운 진로를 모색해야 하지만 그런 고민조차 안 보인다.

정부 스스로 지난 2년간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구체적인 성과와 한계를 냉정하게 되짚어봐야 한다. 노동계의 비정규직 철폐 요구가 왜 실현될 수 없는지 그리고 다른 대안은 무엇인지 설명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비정규직이란 기업의 인사관리시스템(흔히 연공체계) 안에서 관리할 인력을 여러 형식을 빌려 연공질서 밖으로 빼낸 노동자다. 비정규직을 없애려면 이들을 다시 연공체계 속으로 밀어 넣어야 한다는 게 사회 통념이고 노동계의 기대다.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선언도 이런 기대에 호응한 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며 시작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의 결과로 2016년까지 무기계약직 21만명이 축적됐다. 그런데 또다시 정규직화해야 할 대상이 20만명씩이나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비정규직보호법(2007년)도 만들었지만 비정규직은 크게 줄지 않았고 간접고용은 계속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근본 원인은 고도성장기에 잘 작동됐던 기업별 연공 노동시장이 이제는 너무 경직적이고 고비용이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뿐 아니라 공공기관조차 노동집약적인 비숙련 일자리를 기간제나 파견, 용역 등의 형태로 연공체계 밖의 인력으로 대체하고 있다. 이런 시장의 흐름을 정부 명령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이미 두차례나 공공부문에서 확인했듯이 비정규직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이지도 않다. 플랫폼 노동의 사례에서 보듯이 이런 유형의 고용 형태는 갈수록 확산될 뿐 아니라 고령화와 정년연장의 추세로 보면 오히려 연공 노동시장이 사라지는 게 맞다. 그렇다고 켜켜이 쌓인 연공질서를 일거에 바꿀 방법도 없다. 여러 정권에서 성과연봉제나 직무급 등 이름을 바꿔가며 탈연공을 시도했지만 성과는 별로다. 지금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이쯤에서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란 고용은 보장하되 임금과 근로조건은 해당 직업별 노동시장의 평균 시세에 맞추는 게 기본 방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공공기관 노사는 정규직화를 둘러싼 갈등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10년쯤 뒤에 또 다른 비정규직 대책을 세워야 할지 모른다.

우선 비정규직 정책을 노동시장 구조개혁이라는 큰 그림 속에 넣어야 한다. 그 틀 속에서 비정규직을 포함한 저임금 불안정 노동시장을 개편하여 직업별 전문직(직무형) 노동시장으로 발전시키는 큰 구상의 개념 설계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기업별 일반직(연공형) 노동시장을 대체할 미래형 노동시장을 구축한다는 확고한 비전을 가져야 한다. 정책 전환을 위해 필요한 전문 인력을 모으고 임금과 직무관련 공공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또는 일자리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이런 방향의 공론을 모으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갈 수 있다. 정권 주기에 따른 단기적 성과에 매달리지 않고 3~5년은 걸리는 정책 주기에 맞춰가는 결단도 필요하다.

당장 필요한 공공부문의 갈등 해결에서도 이런 중장기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관점이 필요하다. 사회적 대화와는 별도로 정부 해당 부처와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공부문 임금개혁본부를 두면 어떨까. 1965년 미국 린든 존슨 대통령이 중구난방의 공공부문 임금체계를 정비하고자 직접 나섰던 사례는 좋은 참고가 된다. 우리도 40여만명에 이르는 무기계약직의 임금체계와 직무등급을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하에 통일적인 시스템으로 정비하는 개혁 작업이 필요하다.

[이슈논쟁] 기로에 선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주목받았던 노동정책 가운데 하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책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비정규직이 많은 공공부문 현장을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했기 때문이었다. 2년여가 지난 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서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끊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자회사 전환 방식을 통한 정규직 전환 대책이 시행되는 사업장에서는 또다른 ‘차별의 합리화’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대책의 성과와 한계, 향후 필요한 정책 방향 등을 주제로, 윤애림 서울대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과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의 견해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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