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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29 18:00 수정 : 2019.10.30 02:43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대재해 사업장 노동자 국회 증언대회’에서 송호승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롤앤롤분회 노안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중대재해 사업장 노동자 국회 증언’

“원청이 비용 줄이려하면 거부 못해
조선업 재해사망사고 하청에 집중”
김용균 1년 지나도 일터 안 변해

지난달 열흘 사이 4명 또 사고사
오늘도 현장 노동자들 숨지고 다쳐
“결국 남은 건 ‘직접고용 정규직화’뿐”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대재해 사업장 노동자 국회 증언대회’에서 송호승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롤앤롤분회 노안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1.

송호승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롤앤롤분회 노안부장의 동료는 최근 팔 한쪽을 잃었다. 2인1조로 해야 할 작업을 혼자서 처리하다 벌어진 일이다. 철판 두께를 조절하기 위해 사용하는 5m가량의 롤에는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필름을 붙여놓는다. 롤을 가동할 때 필름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한명이 회전체 정지 버튼을 눌러줘야 하는데, 사람이 없다 보니 회전체가 돌아가는 상태에서 일하다 기계에 팔이 말려 들어갔다. 그 동료는 결국 오른팔이 절단돼 의수를 끼고 있다.

#2.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박광수(43)씨의 동료 두명은 약 한달 사이에 손가락을 하나씩 잃었다. 한명은 철판 위에 올려둔 50㎏가량의 부자재에 손이 깔렸고, 나머지 한명은 ‘전동파워’라 불리는 200㎏가량의 기계에 손이 찍혔다.

29일 정의당 김종대·여영국·이정미 의원과 ‘위험의 외주화 금지 대책위’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대재해 사업장 노동자 국회 증언대회’에서 나온 증언들이다. 2018년 12월 한국서부발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 김용균씨가 사망한 이후 1년 가까이 흘렀지만,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오늘도 숨지거나 다치고 있다.

지난달 20일 현대중공업에서 노동자가 작업하던 중 헤드에 몸이 끼어 사망했고, 같은달 26일에는 대우조선해양에서 노동자가 작업 도중 10톤 블록에 깔려 숨졌다. 이튿날인 27일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 노동자가 지붕 수리 작업을 하다 추락해 숨졌고, 하루 뒤인 28일 부산 오페라하우스 공사 현장에서 크레인이 넘어지면서 크레인 기사가 숨졌다. 이들은 모두 하청노동자였다.

증언대회에 나온 노동자들은 중대재해의 원인으로 변하지 않는 위험의 외주화를 들었다. 이태성 발전노조 한전산업개발본부 사무장은 “하청 노동자들은 ‘원청 말은 하느님 말과 같다’고 한다. 원청에서 한마디 하면 하청 노동자들은 거부할 수가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박씨는 “원가 절감을 외치며 안전 비용도 불필요한 비용으로 치부하는 원청, 모든 책임을 하청으로 돌리는 원청이 있는 한 산재는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특별조사위원회에 위원으로 참가했던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도 “조선업 중대재해 사망사고는 하청 노동자에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임 원장의 설명을 종합하면, 2007년부터 2017년 9월까지 조선업에서 발생한 업무상 사고 사망자 324명 가운데 79.3%에 이르는 257명이 하청노동자였다.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 특조위)에 참여했던 전주희 특조위원도 “발전소 중대재해 사망사고 이후, 안전교육 강화·설비에 있는 위험요소 전수조사, 안전장비 미비시 삼진아웃 조처, 산재 발생시 벌금 부과 등 온갖 대책을 시행해왔지만 위험은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남은 건 ‘직접고용 정규직화’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용균 특조위는 지난 8월19일 김용균씨 사망사고의 근본 원인이 위험의 외주화와 원·하청 간 책임회피에 있었다고 발표했다. 특조위는 발전사에 정비·운영 업무의 민영화와 외주화를 철회할 것, 정부와 국회에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할 것 등 22개 사항을 권고했다. 지난달 2일 정부는 “특조위의 개선사항을 관계부처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사무장은 “특조위 권고 뒤 두달이 지났지만,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며 “단순히 안전펜스만 강화됐고 조명이 더 밝아진 것뿐이다. 그마저도 김용균씨 죽음이 있었던 서부발전에 국한됐고, 나머지 화력발전소 14곳은 여전히 같은 상태로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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