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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인권위 “개정 산안법도 ‘제2의 김용균’ 못막아”…‘위험의 외주화’ 개선 권고

등록 2019-11-05 12:06수정 2019-11-06 02:12

산재사망 노동자 중 40%가 하청노동자
“구의역·태안사고 사망자 작업 여전히 하청 가능해”

위험의 외주화 개선, 위장도급 근절 등 고용부에 권고
지난 4월3일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 사고현장. 태안/박종식 기자 anaki@ahni.co.kr
지난 4월3일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 사고현장. 태안/박종식 기자 anaki@ahni.co.kr

하청노동자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 노동권 등 노동인권을 높여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확대되고 건설업과 제조업, 서비스업 등 외주화가 확산하면서 고용과 사용이 분리된 간접고용 형태의 노동자가 증가하고, 위험업무 외주화와 노동기본권 제약 등 다양한 노동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 장관에 △위험의 외주화 개선 △위장도급(불법파견) 근절 △사내하청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등을 권고했다”고 5일 밝혔다.

인권위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핵심 권리인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봤다. 산업재해 사망노동자 가운데 하청노동자 사망 비율이 약 40%에 이르고, 특히 건설·조선 업종에서는 약 90%로 매우 높은 탓이다. 최근 5년 동안 5개 발전회사의 산업재해 사망자 20명은 모두 사내 하청노동자였다. 2016년 구의역 김군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지난해 12월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씨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의 사고 피해자 또한 사내 하청노동자이자 저임금의 사회 초년생들이었다. 인권위는 “위험업무가 외주화하고 수차례 하도급 단계를 거치면서 노동조건이 더욱 열악해지며, 하청업체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숙련공 대신 기술이 부족한 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제출받아 지난달 9일 공개한 ‘조선업 사고 사망자 원·하청 비율’을 보면, 2014년부터 지난 5월까지 조선업에서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가 116명이고 이 가운데 84.4%인 98명이 하청노동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의원실에서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산재 사망 노동자 804명 가운데 하청노동자 비율은 38.8%에 달했다.

인권위는 그럼에도 오는 2020년 1월16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한계가 여전하다고 봤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는 도급 금지 작업의 범위를 도금작업, 수은·납·카드뮴을 제련·주입·가공·가열하는 작업 등 화학적 요인으로 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변화된 고용구조를 반영해 보호대상을 늘리고 도급인 책임과 사업주의 처벌 등을 강화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외주화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컸던 구의역·태안화력발전소 사고에서 사망자가 했던 작업은 여전히 도급(하청)이 가능하다”고 짚었다. 따라서 인권위는 도급이 금지되는 유해·위해 작업의 범위 확대, 생명·안전과 직접 관련되는 업무 구체화, 원·하청 통합관리제도 적용 범위 확대 등을 권고했다.

또한 인권위는 불법파견(위장도급)이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할 만큼 커지고 있음에도 파견과 도급을 구별하는 기준이 다소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위장도급이란 원·하청 노동자가 같은 사업장에 작업하는 과정에서 원청이 하청노동자에 대해 업무지시를 하는 등 노무지휘권을 행사하거나,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좌우하고 결정하는 것으로 적법도급과 불법파견 등에 따라 하청노동자들의 법적 지위가 달라진다. 인권위는 “합법적 파견기준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반영하고 현재 행정부의 지침 형식인 ‘근로자파견의 판단 기준에 관한 지침’을 상위법령으로 규정하는 등 불법파견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지도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하청노동자가 원청의 노무지휘권 아래서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원청은 근로 계약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도급계약 해지·특정노동자 교체요구 등 하청노동자들의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제약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노·사 자율에 의한 문제 해결을 강화하기 위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거나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규정을 마련하고, 하청노동자의 노동3권 행사가 제약되지 않도록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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