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03 16:35
수정 : 2019.12.04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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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모위원회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의 중대재해사업장 조사위원회 권고와 이행실태 점검’ 토론회에 참가한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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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일 김용균씨 1주기 맞아 열린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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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모위원회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의 중대재해사업장 조사위원회 권고와 이행실태 점검’ 토론회에 참가한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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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구의역 김군‘의 죽음 이후에도 김용균씨의 노동이 달라지지 않았듯, 김씨의 죽음 이후 1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김용균들’의 노동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모위원회’(추모위)는 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문재인 정부의 중대재해사업장 조사위원회 권고와 이행실태 점검 토론회’를 열고 “김용균씨 사망 이후 만들어진 ‘김용균 조사보고서’가 휴짓조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11일이면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설비를 점검하던 김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한 지 1년이 된다.
김씨 사망 이후 정부는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이하 김용균 특조위)를 출범시켰다. 5개월가량 활동한 김용균 특조위는 지난 8월19일 보고서를 발표하고 22개 권고안을 마련했다. 추모위는 “특조위 권고 22개 가운데 17개가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용균 특조위 전주희 조사위원은 “김씨의 죽음은 끼임, 협착, 추락 등으로 분류되는 단순 사고가 아니라 고용 형태와 불가분하게 얽혀있는 죽음이다. 그 본질은 안전하게 일할 노동자들의 권리가 ‘원-하청 구조’에 따라 달리 적용된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전 조사위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첫번째 권고로 ‘노동자 직접 고용 정규직화’를 제안했지만 정부는 ‘안전대책은 권고안대로 할 수 있지만 직접고용은 어렵다. 임금 착복 문제는 해결할 수 있어도, 직접고용은 어렵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씨의 죽음을 세상에 알린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사례 증언에 나서 “아직도 현장에서는 아침에 만나면 ‘안전하게 일하고 저녁에 꼭 다시 만나자’고 인사한다”고 전했다. 이 간사는 “특수건강진단 결과를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이 훨씬 나쁜 것이 통계로 입증된다. 만성 폐질환의 경우 발병 비율이 10% 이상 높다. 1급 발암물질인 석탄재 등에 별다른 보호 장구 없이 마스크만 쓰고 노출된다. 정부가 ‘2950원짜리 특진 마스크를 지급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현장에서는 기존에 사용하던 저렴한 방진 마스크를 다 써야만 특진 마스크로 교체해준다”고 증언했다.
이런 상황은 김용균 특조위뿐만이 아니다. 2017년 8월 구성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은 ‘비정규직 집배원 폐지·축소’ 등의 내용이 담긴 7개 권고안을 내놨지만, 우정사업본부는 되레 특수고용 노동자 위탁택배원을 늘리며 노무 관리를 강화했다. 2017년 11월 구성된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 참여 조사위원회’ 역시 조선업 중대재해의 근본적 원인이 ‘재하도급’이라고 지적하며, 다단계 재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관련 논의나 공론화는 진척이 없다.
김용균 특조위 간사인 권영국 변호사는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더 이상 일터에서 일하다가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2020년 산재 사망률을 60% 이상 감축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라도 중대재해사업장 조사위원회의 권고들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이행을 목적으로 만들어낸 보고서와 권고안들이 휴짓조각이 되는 현실이 마음 아프다. 산업재해는 나만의 억울함이 아니라 우리 사회 모든 사람이 죽어가는 억울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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