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07 19:38
수정 : 2019.12.07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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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 등 참석자들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고 김용균 1주기 추모대회에서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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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각역 네거리서 김용균 1주기 추모대회
동료들 “일하는 현장도, 안전과 미래도 깜깜하다
죽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지만 그 소식을 매일 듣는다”
위험의 외주화 부르는 ‘하도급’ 방치 정부·기업 비판
“다단계 하도급이 권한 분리시켜 ‘책임의 공백’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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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 등 참석자들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고 김용균 1주기 추모대회에서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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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하는 곳은 여전히 깜깜하다. 우리의 안전과 미래도 깜깜하다. 우리는 용균이 너처럼 일터에서 죽어가는 노동자의 소식을 매일 듣는다. 누군가가 떨어져 죽고 가스에 중독되어 죽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네가 생각나고 온몸이 떨리고 괴롭다. 도무지 그날의 기억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이 정부는 벌써 너의 죽음을 잊고 묻으려다 보다.”
7일 오후 5시 서울 종각역 네거리. ‘고 김용균 1주기 추모위원회’(이하 김용균 추모위)가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라는 주제로 연 김용균씨의 1주기 추모대회에서 김씨 동료 장근만씨는 이렇게 말했다.
오는 11일이면 발전소 하청·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된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설비를 점검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의 동료들은 그럼에도 “하청·비정규직노동자가 위험에 내몰리는 현실은 그대로”라고 입을 모았다. 장씨는 김씨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지난 2월9일, 62일 만에 용균이 너를 묻던 날, 우리는 네가 들었던 피켓처럼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고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런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아직도 발전소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우리가 일하는 곳은 여전히 깜깜하다”고 말했다. 김씨의 죽음을 세상에 처음으로 알린 발전노동자 이태성씨도 “우리에게는 정규직이 되는 것도 중요했지만 살아야 그 희망도 있기에 ‘더 이상 죽고싶지 않다’고 호소했다”며 “그런데 용균이가 죽은 지 1년, 현장은 아직도 그대로다. 어제가 용균이 생일이었는데 약속을 못지켜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대회에는 김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김씨의 동료인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단원고 고 임경빈군 어머니 전인숙씨, 고 이한빛 피디(PD) 아버지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을 비롯한 산재·참사 피해자 가족과 2000명가량(주최쪽 추산)의 시민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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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 임경빈군의 어머니 전인숙씨(앞줄 왼쪽 둘째)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고 김용균 1주기 추모대회에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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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이사장은 김씨에게 쓴 편지에서 “너가 그렇게 떠나간 뒤 엄마는 그동안 많은 것을 알게 됐다. 너와 함께 일했던 발전소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구석구석 어느 한군데도 안전한 곳이 없고, 그래서 더 처절한 삶을 다들 살고 있다는 것을 봤다. 가슴이 미어짐을 느끼며 꺼져가는 생명들의 시급함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단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엄마는 많은 사람들과 뭉쳐서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단다. 엄마는 이제 우리와 같은 많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걸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씨의 죽음 이후, 김씨 가족과 동료의 노력으로 정부와 국회도 새로운 다짐들을 내놨다. 정부는 지난 4월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이하 김용균 특조위)를 출범시켰고 특조위는 지난 8월 보고서를 내 22개 권고안을 마련했다. 국회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 이른바 ‘김용균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날마다 3명의 노동자가 죽는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위험한 노동 현장은 크게 달라지지 못했다.
“‘죽음의 외주화’를 야기하는 하도급 구조를 방치한다”며 정부와 기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용균 특조위 간사로 일한 권영국 변호사는 “하청 노동자들이 왜 죽어나가는지 진상을 조사했더니 다단계 하도급이 책임과 권한을 분리시켰고 책임의 공백을 만들어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책임 공백 속에 위험은 노출되어 방치됐고 권한과 이윤은 위로 올라가 쌓였다. 책임과 위험은 아래로 내려와 하청 노동자들의 몸뚱아리에 전가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가 특조위의 권고안을 제대로 이행해지 않았다는 비판도 컸다. 김 변호사는 “우리는 그래서 더이상 다단계 하도급을 하지 말라고, 죽음의 외주화를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우리는 또다시 그 진상을 휴지통에 쳐박아야 하는 아픔을 가슴 아프게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용균 추모위는 지난 3일 ‘문재인 정부의 중대재해사업장 조사위원회 권고와 이행실태 점검 토론회’를 열고 “특조위 권고 22개 가운데 ‘노동자 직접고용 정규직화’ 등 17개가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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