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23 17:09
수정 : 2019.12.24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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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2시 전국언론노동조합,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사단법인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의 주최로 ‘드라마 <본 대로 말하라> 제작현장 안전사고 대책수립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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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드라마 〈본 대로 말하라〉 촬영 중 교통사고 발생
스태프 8명 다쳐…1명은 척추골절 중상
방송스태프노조 “제작사 도로교통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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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2시 전국언론노동조합,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사단법인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의 주최로 ‘드라마 <본 대로 말하라> 제작현장 안전사고 대책수립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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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인천 영종도 인근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해 촬영 스태프 8명이 다쳤다. 당시 촬영 스태프는 슈팅카(촬영을 위한 특수제작차량)를 타고 내년 2월 방영을 앞둔 오씨엔(OCN) 드라마 <본 대로 말하라>에서 방송될 경찰차의 도주차량 추격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슈팅카와 도주차량이 충돌했고, 슈팅카에 타고 있던 스태프들이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갔다. 한 조명 스태프는 척추뼈가 으스러져 골반뼈를 이식하는 큰 수술을 할 정도로 중상을 입었다. 다른 스태프도 얼굴에 찢어진 상처를 약 20바늘 꿰매는 등의 상처가 생겼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사단법인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 대책 없는 무법천지 드라마 제작현장에 대해 고발하고 나섰다.
이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본 대로 말하라>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과 에이치하우스는 사고 당시 △관할 구청으로부터 도로점용허가조차 받지 않고 무리하게 촬영을 진행했고(도로법 위반) △사람이 탑승할 수 없는 오픈 슈팅카에 탑승해 촬영을 진행했으며(도로교통법 위반) △스태프에 대한 산업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지 않고 안전·보건에 관한 관리감독·안전조치 의무도 이행하지 않은(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것으로 나타났다. 드라마 제작현장에서 37년째 조명 스태프로 일하고 있다는 이용호씨는 “차량을 이용해 촬영할 때 안전에 대한 방패막이 없어 사실상 계속 사고에 노출됐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일반인들이 지나가다가 ‘조심하라’고 말할 정도로 위험한 상태에서 촬영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드라마 제작현장에선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2017년 12월23일에는 티브이엔(tvN) 드라마 <화유기>의 경기 안성시 일죽면 세트장에서 드라마 제작사인 제이에스픽쳐스의 소도구 제작 용역업체 엠비시(MBC)아트 소속 스태프가 3m 이상 천장에 샹들리에 조명을 설치하다가 추락해 하반신이 마비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스태프는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에 노조와 인권센터는 정부에 ‘방송제작현장 안전 가이드라인’ 제정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모든 드라마 제작현장에 산업안전 근로감독 실시 △안전 가이드라인 마련 및 고용노동부의 지도 및 점검 시행 △방송스태프에 대한 4대 보험 가입 의무 규정 등을 요구했다. 이번 사고 피해자들을 비롯해 대부분의 방송 스태프들은 제작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특수고용노동자들로, 사고가 나도 산업재해보상보험을 비롯한 4대 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노조와 인권센터는 스튜디오드래곤을 포함해 수많은 드라마 제작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씨제이이엔앰(CJ ENM)이 드라마 제작현장 전반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스튜디오드래곤의 지분 70% 이상을 소유한 씨제이이엔앰이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함에도 면담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아울러 이번 주 중으로 씨제이이엔앰과 스튜디오드래곤, 에이치하우스를 근로기준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할 예정이다.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사고 당시 구청에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고 촬영한 것은 사실”이라며 “슈팅카의 경우 제작현장에 맞게 개조한 차량이라 법의 규제가 모호한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 사고 이후 가이드라인 수립을 완료했고, 전체 현장 적용에 나섰다”고 해명했다. 제작사 에이치하우스도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피해자와 가족들의 안정과 회복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으며 사고 이후 꾸준히 치료 경과 및 재활 방안에 대해 논의해오고 있었다”며 “지난 22일 피해자, 가족과 최종 합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글·사진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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