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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12 19:30 수정 : 2019.04.13 17:34

낙태죄 헌법소원 공동대리인단 박수진(법무법인 덕수·왼쪽부터), 차혜령(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천지선(법률사무소 지선) 변호사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덕궁 돌담에 기대어 연대의 손을 굳게 잡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헌재 낙태죄 헌법불합치 이끈
박수진·차혜령·천지선 변호사

“여성 운동 힘 받아 사례 수집
여성들 연대의식이 맺은 열매”

“임신중지 비범죄에 죄책감서 벗어나
국회도 여성 믿는 입법 나서야”

낙태죄 헌법소원 공동대리인단 박수진(법무법인 덕수·왼쪽부터), 차혜령(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천지선(법률사무소 지선) 변호사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덕궁 돌담에 기대어 연대의 손을 굳게 잡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953년 형법 제정 뒤 66년 동안 여성의 몸을 옥좨온 낙태죄에 11일 ‘시한부 사형’(헌법불합치) 선고가 내려지기까지는 많은 이들의 남모를 노력이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일등 공신을 꼽으라고 하면 ‘낙태죄 헌법소원 공동대리인단’을 들 수 있다. 1년 넘는 시간 동안 여성단체 등과 힘을 합쳐 178쪽짜리 변론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는 등 고생해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 공동대리인단 7명은 11일 헌재 앞에서 울면서 웃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박수진(37·법무법인 덕수), 차혜령(44·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천지선(38·법률사무소 지선) 변호사를 12일 서울 종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사무실에서 만났다.

11일 헌재는 “임신한 여성이 임신을 유지·종결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자신이 처한 신체적·심리적·사회적·경제적 상황에 대해 깊이 고민한 결과를 반영한 전인적 결정”이라고 밝혔다. 헌재가 ‘생명은 소중하다’는 피상적인 논증에서 벗어나 여성의 삶 자체를 인정했는데, 그 배경에는 대리인단이 있었다.

대리인단은 지난해 5월 공개변론에서 “낙태죄에 대한 헌법적 쟁점 심리는 여성의 경험과 현실을 출발점으로 삼아달라”고 요구했다. 차 변호사는 “2012년 헌법 소원 때는 착상, 임신 주수, 태아의 생존 가능성 등을 언급하는 데 그쳤는데, 이제는 여성의 현실을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낙태죄는 헌재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두고 대립했다. 그러나 헌재는 태아의 생명 보호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조화시키기 위해서, 국가가 제도적 여건을 마련해 임신중지(낙태)를 줄여가라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헌재가 국가의 역할과 책임을 묻게 된 것은 여성의 삶을 들여다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헌재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대결 구도로는 태아의 생명 보호가 불가능하다’고 본 점은 진전된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도 대리인단의 치열한 고민이 있었다. 차 변호사는 “임신한 여성과 태아의 법익을 단순 비교하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논증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여성들의 연대의식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8~9년 전에는 임신중지를 결정한 여성이 증언에 나서지 않아 인터뷰하기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운동’과 ‘미투 운동’ 등을 통해 여성 인권을 추구하고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증언하는 목소리가 쌓이면서 여성단체를 통해 여러 사례가 모였다. 대리인단은 이런 사례를 모아 헌재에 제출할 수 있었다.

천 변호사는 “시위에 나가 발언을 들으며 힘을 많이 받았다. 물심양면으로 모든 여성과 여성을 지지하는 모든 사람이 도와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 변호사는 “국가가 인구조절을 위해 임신중지를 하라고 하다가, 지금은 안 된다고 하는 모순을 인식한 건 갑자기 나온 반응이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천 변호사는 “안전한 임신중지를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노력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 변호사는 “힘들었지만 큰 한 걸음을 걸었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면서도 태아의 생명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권리보장법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임신중지를 비범죄화하고 나아가 임신중지 선택이 태아의 생명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선언해 임신중지한 여성이 생명을 가볍게 본다는 낙인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며 “헌재는 여성을 믿으라고 이야기했다. 국회도 여성을 믿는 입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우리 고한솔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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