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31 18:11
수정 : 2019.05.31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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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장관(왼쪽 둘째)이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과 함께 한국인 33명이 탑승한 유람선이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현장을 방문해 구조·수색 작업 등을 살펴보고 있다. 부다페스트/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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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증과 진술에 근거 구속영장 신청”
유람선 침몰 뒤에도 구조 않고 운항
사고 낸 크루즈선은 풀려나 독일행
외교부 “증거는 충분히 확보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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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장관(왼쪽 둘째)이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과 함께 한국인 33명이 탑승한 유람선이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현장을 방문해 구조·수색 작업 등을 살펴보고 있다. 부다페스트/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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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두너강)에서 한국인 관광객과 가이드 33명을 비롯해 35명이 타고 있던 유람선 허블레아니를 들이받아 침몰하게 한 대형 크루즈선 선장이 경찰에 체포됐다. 사고 원인과 책임에 대한 규명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부다페스트 경찰은 30일(현지시각) 허블레아니를 추돌해 7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혐의 등을 적용해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의 선장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고 현지 언론 <인덱스> 등이 보도했다. 경찰은 선장의 이름과 성의 첫 글자만 공개하며 우크라이나 국적의 유리 C.(64) 선장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성명에서 “수상교통을 위협하는 무모한 행위로 다수의 인명을 앗아간 사고를 낸 것과 관련해 유리 C. 선장을 용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며 “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물증과 진술에 근거해 그를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길이 135m의 대형 크루즈선인 ‘바이킹 시긴’을 운전한 유리 C. 선장은 여러 나라에서 수년 동안 선박을 운항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헝가리 경찰이 공개한 동영상 화면을 보면 허블레아니호와 바이킹 시긴호가 같은 방향으로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운항하다, 허블레아니호가 약간 왼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처럼 보이고, 바이킹 시긴호가 허블레아니호를 뒤에서 들이받은 뒤 약 7초 만에 허블레아니호가 침몰하는 장면이 찍혀 있다. 그럼에도 구조된 탑승객들은 경찰 조사에서 바이킹 시긴이 허블레아니를 들이받은 뒤 물에 빠진 이들을 구조하지 않고 그대로 운항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유리 C. 선장이 사고를 내고도 적극적인 구조활동이나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경찰 수사도 필요해 보인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31일 국영 라디오에 출연해 당국에 이번 사건에 대한 엄정하고 철저한 조사를 요청했다며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뜻을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크루즈선이 방면돼 독일로 향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31일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헝가리 쪽으로부터 선장이 체포됐고 비디오, 통신기록, 증언 등 증거가 충분히 확보돼 있어 선박에 책임을 묻는 데 지장이 전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현지에 도착한 강경화 외교장관은 헝가리 외무·내무장관 등과 만나 수사 공조 방안 등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 파견된 47명의 신속대응팀 가운데는 경찰청과 해양경찰청 관계자들이 포함돼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앞으로 법적 책임 문제 등과 관련해 공관에서 법률 전문가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희 이정애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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