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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05 18:32 수정 : 2019.07.06 13:54

5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강제동원 피해자·시민단체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5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강제동원 피해자·시민단체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황당하기 짝이 없어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일부 언론과 자유한국당이 아베 정부의 경제 보복을 한국 정부 탓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안이한 대처나 부실한 대응은 비판하고 각성을 촉구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경제 보복을 자초했다는 주장은 사실관계도 맞지 않을뿐더러, ‘정치적 목적’에서 ‘경제 보복’을 하는 아베 정부를 도와주는 꼴이다.

강제징용 피해 배상은 한국 정부의 결정이 아니라 대법원 판결이었다. 경제와 무관한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경제 보복을 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며, 이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일본 언론들조차 아베 정부가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보수층을 결집해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 이상 의석을 확보하려고 ‘한국 때리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4일 사설에서 일본 정부의 무역 보복을 비판하면서도 “이번 사태는 강제징용자 배상을 둘러싼 외교 갈등 때문에 빚어진 정부발 폭탄이다”라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의 대일 외교가 무역 보복을 불렀다고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 앞서 2일치 사설에선 “일본이 우리의 기술 약점을 겨냥해 보복을 가하고 전 세계가 과학기술 개발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는 (주52시간 근로제 때문에) 연구·개발자들이 일하고 싶어도 못 하게 막는 기막힌 나라가 됐다”고 주장했다. 아베 정부의 경제 보복과 주52시간 근무제를 연결해 우리 정부를 공격하는 ‘상상력’이 놀랍다. <한국경제>는 3일 사설에서 “한국을 이처럼 만만한 국가로 보는 일본의 몰상식과 무례를 우리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문화일보>는 2일 사설에서 “문 정부 들어 위안부 합의와, 대법원 관련 판결 지연을 적폐로 몰아 처단한 일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결자해지의 각오로 아베 총리와 담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겉으로는 아베 정부를 비판하는 것 같지만 실은 우리 정부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자유한국당도 정부 공격에 열을 올린다. 지난 2일 “일본 무역 보복 조치, 수출 7개월 연속 마이너스, ‘경제 폭망’은 문재인 정부가 자초한 일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낸 데 이어 나경원 원내대표는 4일 국회 연설에서 “감상적 민족주의, 닫힌 민족주의에만 젖어 감정 외교, 갈등 외교로 한-일 관계를 파탄냈다”고 주장했다. 김무성 의원은 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뒤집어 일본과의 신뢰가 깨지고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강변했다.

일부 언론과 자유한국당은 터무니없는 주장을 그만두어야 한다. 정부 대응에 잘못이 있었더라도, 그것이 사태 악화의 근원인 아베 정권의 정략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아무리 현 정부가 싫어도 이런 식으로 사태를 호도하는 건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 관련 기사 : 강제징용 피해자 단체 “아베, 역사를 정치에 이용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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