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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07 17:34 수정 : 2019.07.07 19:03

일본이 한국에 수출 규제를 시행한 첫날인 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후쿠시마현 후쿠시마시에서 첫 유세를 벌이고 있다. 후쿠시마/교도 연합뉴스

일본이 한국에 수출 규제를 시행한 첫날인 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후쿠시마현 후쿠시마시에서 첫 유세를 벌이고 있다. 후쿠시마/교도 연합뉴스
일본의 무역보복 대응책 마련을 위한 정부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휴일인 7일 현대자동차·에스케이(SK)·엘지(LG) 등 대기업 그룹의 총수들을 만나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설 대응책을 논의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30대 그룹 대표들의 간담회도 조만간 열릴 예정이다. 민관 공동 대응을 통한 충격의 완화를 기대하며 근본적으로는 일본 의존도를 낮추고 편중된 경제 구조를 바꾸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무역보복 조처 시행 나흘째인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텔레비전 토론에서 “국가와 국가의 약속(한-일 청구권 협정)이 지켜지지 않는데, (대북 제재 관련) 무역관리 규정 역시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이행할지도 불투명하다는 의혹까지 제기한 것이다. 파장이 확산될 것이란 예고다.

무역보복은 일본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약점을 실감케 하는 계기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뒤 지난해까지 한국은 한번도 흑자를 거둔 적이 없고, 누적 적자가 6046억달러(약 708조원)에 이른다는 사실은 뼈아픈 대목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99억달러 적자였다. 소재·부품 분야에서 특히 많아 전체의 3분의 2 정도인 67억달러(약 7조8천억원)에 이르렀다. 제조업 중간재의 일본산 비율은 2010년 1분기 25.5%에서 올해 1분기 15.9%로 많이 줄었지만, 핵심 소재 분야에서는 여전히 일본에 기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외교당국의 물밑 협상,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국제 여론전, 금융당국의 일본계 자금 흐름 점검 따위의 단기 대응에 그쳐선 안 되고, 우리 경제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중장기 근본책 마련으로 이어가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 중이며 곧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추가경정예산에 연내 추진할 수 있는 소재·부품 개발 사업을 반영할 방침이기도 하다. 소재·부품을 국산화하고, 수입 통로를 다변화하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기업 쪽에서 꾸준히 추진해나가야 할 절실한 숙제다. 수출 규제 같은 보복전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대응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기업의 공동 노력 여하에 따라선 이번 무역분쟁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고 취약한 구조를 개선하는 ‘각성제’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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