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7.10 11:27 수정 : 2019.07.10 19:47

1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30개 그룹 간담회에서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오른쪽) 등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10일 문 대통령-30대그룹 간담회 참석 기준 ‘의문’
청와대 “오너가 참석해달라” 요청…황제경영 유물
현대중, 권 부회장 대신 정기선 부사장 참석 눈길
정몽준 대주주 장남…소유-경영 분리 방침에 위배
“총수일가 지분 5%로 주인행세” 김상조 소신 배치
김진방 “과거 회귀…재벌 오너경영 전도사” 쓴소리
부영·대림 참석제외 이유도 불분명…투명성 떨어져
홍남기·김상조 7일 재벌회장 모임도 참석자 감춰

1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30개 그룹 간담회에서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오른쪽) 등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30개 재벌그룹의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의 선정 기준과 관련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간담회에는 자산 10조원 이상 34개 그룹 중에서 30곳의 대표가 자리를 함께 했다. 삼성·롯데처럼 총수가 해외출장 중인 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총수가 직접 참석했는데, 현대중공업은 정기선 부사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정 부사장은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의 장남으로, 올해 37살(1982년생)이다. 2015~2018년 불과 4년새 상무→전무→부사장으로 수직상승하며 그룹 경영지원실장을 맡고 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연합뉴스
현대중공업은 정몽준 전 의원이 일선경영에 참여하지 않아, 소유-경영 분리를 강조해왔다. 각종 외부행사에도 전문경영인인 권오갑 부회장이 그룹 대표로 참석했다. 지난 1월 문 대통령이 주재한 ‘기업인과 대화’ 때도 그가 참석했다. 현대중은 정 부사장의 참석에 대해 “청와대에서 ‘오너’(총수)가 왔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간담회의 연락을 맡은 상의도 “청와대가 오너를 원칙으로 했다”고 확인했다. 현대중은 앞으로 소유-경영 분리 원칙을 포기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 이번에만 그렇게 됐다”고 부인했다. 결국 현대중은 청와대의 요청으로 소유-경영 분리 그룹방침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한 셈이다.

총수나 대주주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재벌3세가 상위 임원들을 제치고 그룹을 대표해 외부행사에 나서는 것은 일종의 ‘황제경영’ 산물이다. 이는 청와대 간담회 준비 책임자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평소 소신과도 배치된다. 김 실장은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부터 재벌 지배구조 개선 방향과 관련해 “총수가 지금처럼 최고경영자 역할을 할 게 아니라, 지주회사의 이사회 의장을 맡아 일상 경영은 전문경영인에 맡기고 그룹경영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국기업은 지분이 평균 5%에 불과한 총수일가의 소유물로 여겨졌으나, 진짜 주인은 나머지 다수의 주주”라는 소신을 강조했다.

대표적인 재벌 소유-경영 분리론자인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일본의 수출 규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 굳이 ‘재벌 오너’가 참석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재벌개혁 방향에 맞지 않는 과거 회귀적인 행태이고, ‘재벌개혁 전도사’가 ‘재벌 오너경영 전도사’로 바뀐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참석 기업에서 부영·대림을 제외한 이유도 불분명하다. 청와대는 지난 1월 ‘기업인과 대화’ 때는 한진·부영·대림을 부르지 않았다. 이번에는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한 의혹에 휩싸인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은 초청받았다. 부영·대림 쪽 임원은 “청와대로부터 어떤 얘기도 듣지 못했다”고 답답해했다. 재계에서는 “총수가 불법비리 혐의로 재판 중이거나 갑질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으로 보인다”는 소문이 돈다. 하지만 총수가 역시 재판 중인 삼성·롯데는 참석자에 포함돼 있어, 청와대 모임 참석 기준에 대한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입을 닫았다.

청와대는 지난 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상조 실장이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해 현대차·에스케이(SK)·엘지(LG)그룹 총수와 만났을 때도 회동내용은 물론 참석자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모임 참석설, 불참설, 별도 회동설 등 온갖 추측성 보도가 난무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