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15 20:13
수정 : 2019.07.16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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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처 관련한 양국 과장급 실무회의가 열린 12일 오후 취재진이 한국대표단이 들어서는 모습을 취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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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국가 제외’ 강행 왜?
경제보복 넘은 안보 압박 강화
한반도 구상 일본 뜻 반영 속셈
“동참하거나 화이트국가 빠져라”
아베 ‘전쟁할 수 있는 나라’ 숙원
동북아 한미일 협력구도 흔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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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처 관련한 양국 과장급 실무회의가 열린 12일 오후 취재진이 한국대표단이 들어서는 모습을 취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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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안보 우호국 성격의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는 일본의 방침에는 경제보복 차원을 넘어 동아시아 지역의 안보 틀을 재조정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2010년 중국이 일본을 밀어내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지난해부터 한반도에서 남·북·미를 중심으로 안보 지형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동북아 안보를 둘러싼 한·일의 전략 목표는 점점 멀어져왔다. 이런 구도에서 아베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둘러싼 갈등을 계기로, 일본의 전략 목표를 한국이 수용하라는 압박성 공세를 취하고 나선 셈이다.
우선 일본이 뚜렷한 근거도 없이 한국의 대북 제재 위반 의혹, 사린가스 전용 등을 무리하게 거론하는 것은 한국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정조준하면서, 한반도 문제에서 일본의 역할과 요구를 받아들이라는 계산된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남기정 서울대 교수는 “한국이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되지 않으려면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일본의 요구를 반영하라는 요구를 담고 있는 주장”이라며 “대북 제재 유지를 근간으로 한 일본의 한반도 구상에 한국이 동참하든지 아니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며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신정화 동서대 교수는 “한국은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미국과의 협조를 강화하면 일본도 따라올 것으로 봤지만, 일본 아베 정부는 미-일 동맹을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려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일본의 자체 군사력을 강화해 자율성을 확보하려 하면서 한·일의 전략적 목표가 계속 멀어져왔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2015년 ‘천안문 망루 외교’와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보면서 일본 아베 정부는 중국, 북한과 관련해 한국이 일본과 연대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 강제징용 갈등이 핵심적 계기가 되기는 했지만, 전례 없는 경제보복 조처를 통해 한국에 안보 측면의 압박을 강화하려는 맥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일본은 2018년 국방정책보고서와 방위대강에서 한국과 관련해 ‘미국의 동맹으로, 기본 가치와 안보 이익을 공유하는 국가’라는 표현을 뺐고, 안보협력 순위도 기존 2번째에서 5번째로 낮췄다. 특히 지난해 아베 총리의 방중 등으로 중-일 관계가 급속도로 개선돼 자신감을 얻은 일본이 한국을 향해 ‘한국 없이도 갈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측면도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아베 총리는 필생의 목표인 평화헌법 개정과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가는 길에서 한국이 ‘걸림돌’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보통국가’ 만들기를 위해서는 일본에 대한 자부심과 애국심을 고취하면서 ‘아름다웠던 메이지 시기로 돌아가자’는 메시지가 중요한데, 한국이 계속 과거사 문제를 제기해 이를 흔드는 상황에 대한 초강경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일본의 이런 행보는 1965년 이후 구축된 한·미·일 안보 협력 구도를 흔드는 것이어서, 동북아 전반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 우선 미국 설득에 나섰지만 미국이 적극적 역할을 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지난주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국무부 관계자 등과 협의를 하고 돌아온 외교부 당국자는 15일 기자들에게 미국은 “인게이지(관여)해서 현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는 “미국이 양측을, 특히 일본이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하는 선에서 논의가 됐다”면서도, “미국이 어떤 식으로 인게이지 할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 한·일 양국 정부가 북핵과 미사일 관련 정보 공유 등을 위해 체결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선 “미국 측에서 군사정보보호협정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언급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당분간 미국은 한-일 갈등이 더 이상 고조되지 않도록 물밑에서 움직이면서,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에서 한·일이 이탈하지 않게 하는 정도로 관리할 것이란 메시지로 읽힌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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