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19 21:11
수정 : 2019.07.19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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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19일 도쿄 지요다구 외무성에서 남관표 주일한국대사를 초치해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서 일본이 요구한 제3국 의뢰 중재위 설치에 한국이 응하지 않았다며 항의하고 있다. 도쿄/지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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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중재위 거부 국제법 위반
필요한 조처 강구할 것” 담화
청와대 ‘지소미아’ 정면 거론
“우리 이익 부합 결정 내릴 것”
고노 담화문 내고 주일대사 초치
“국제법 위반 즉시 시정” 항의
남관표 대사 발언 중간에 끊고
“극히 무례” 거친 말 ‘외교적 결례’
김현종 안보실 2차장 즉각 브리핑
“일본이 국제법 위반” 받아쳐
“일 계속된 주장은 잘못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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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19일 도쿄 지요다구 외무성에서 남관표 주일한국대사를 초치해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서 일본이 요구한 제3국 의뢰 중재위 설치에 한국이 응하지 않았다며 항의하고 있다. 도쿄/지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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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지금의 어려운 일-한 관계는 한국에 의해 발생했다”며 한국 책임론을 거론하고 “한국에 대해 앞으로 필요한 조처를 강구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에 대한 경제보복에 이어 추가 보복 조처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맞서 우리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파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 협정은 미국이 한-미-일 안보 협력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이어서, 미국이 중재 역할을 하도록 끌어들일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고노 외상은 19일 ‘대한민국이 일-한 청구권협정에 근거한 중재위에 응할 의무를 불이행한 것에 대해서’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냈다. 그는 담화문에서 “(일본이 요구한) 중재위 설치가 되지 않은 것은 극히 유감이다. (한국이) 협정상 분쟁해결절차인 중재에 응하지 않은 것은 한국이 더욱 협정 위반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정부는 한국 쪽에 의해서 생긴 어려운 일-한 관계라는 현실을 고려해 한국에 대한 필요한 조처를 강구해나갈 생각이다”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일본이 주장해온 이른바 “대항 조처”를 더 강화할 수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고노 외상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한국을 제소할 것인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본 쪽의 생각을 드러내는 건 피하고 싶지만 필요에 응해 적절히 대응해나갈 것이다. 만일 일본 기업에 실질적 피해가 일어나면 필요한 조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담화문 발표에 앞서 고노 외상은 이날 오전 10시10분께 도쿄 지요다구 외무성에 남관표 주일한국대사를 초치해 일본 쪽이 주장한 ‘제3국 의뢰’ 방식의 중재위 설치 요구 시한(18일)까지 한국 정부가 답변을 주지 않았다며 항의했다. 고노 외상은 이 자리에서 “국제법 위반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도록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는 조처를 (한국이) 즉시 하기를 강력히 요청한다”며 “남 대사가 본국 정부에 이런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에 남 대사는 “우리 정부에 잘 전달하겠다”고 답한 뒤 “일본의 일방적인 조처가 한-일 관계의 근간을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자리에선 고노 외상이 남 대사의 발언을 중간에 끊고 들어가 “극히 무례하다”고 공격하는 장면까지 벌어졌다. 남 대사의 발언 도중에 고노 외상은 “잠깐 기다리세요”라며 말허리를 끊은 뒤 “한국 쪽 제안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교 관행상 상대방 발언을 끊고 들어가는 행동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결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노 외상은 이어 “(한국 정부 제안은) 국제법 위반 상황을 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걸 모른 척하면서 다시 제안하는 건 극히 무례하다”고 거친 말도 사용했다.
고노 외상의 담화문이 나온 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가능성을 검토한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아직까지 아무런 결정이 내려진 것도 없고, 질적으로,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주고받은 정보의 양적 측면과 질적 측면을 모두 고려하여 협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것이다. 객관적인 분석을 토대로 우리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협정은 2016년 양국 간 군사정보 직접 공유를 위해 체결됐다. 이 협정의 발효로 일본은 인공위성과 이지스함 등에서 나온 대북 군사정보를 한국에 제공하고, 한국은 탈북자나 군사분계선 일대의 감청 수단 등으로 수집한 정보를 일본에 전달한다. 협정은 1년 단위로 연장된다.
지난 18일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만난 자리에서 이 협정에 대해 “지금은 유지 입장이지만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 쪽에서는 이를 두고 원론적 설명이라며 거리를 두려 했지만,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고노 외상의 담화가 이날 나오면서 청와대 내부 분위기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감지된다.
특히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고노 담화 직후 브리핑을 열어 “일본 쪽의 계속된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며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다 소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은 일방적인 수출규제 조치를 취했다. 오히려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는 주체는 일본”이라고 맞받아쳤다. 김 차장은 이어 “그럼에도 우리는 양국 국민과 피해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함께 논의해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고노 외상은 이날 일본의 한국에 대한 전략물자 등 수출규제 조처와 다음달 중 일본이 취할 예정인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조처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처는 안보상의 무역관리 차원이며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대항 조처”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이완 박민희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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