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25 18:00
수정 : 2019.07.25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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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한 이하라 준이치 일본 주제네바 대표부 대사가 24일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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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라 일본 대사 “징용공 문제 전혀 관계없어”
일본은, 처음에는 “신뢰 관계 훼손” 강조
이후에는 “안보상 이유”라며 ‘골대 옮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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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한 이하라 준이치 일본 주제네바 대표부 대사가 24일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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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쪽 주장은) 안전보장을 위한 수출 관리 재검토라는 본래의 논점을 바꿔치기한 것이다.”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를 두고 한국과 일본이 격돌한 24일 스위스 제네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 일본 정부 대표단 중 한 명인 이하라 준이치 주제네바 국제기관 대표부 대사는 이사회 뒤 기자회견에서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와 전혀 관계없으며, 수출규제 조처도 아니라고 이사회에서 강조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이 일본의 수출규제는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조처라고 짚은 데 대한 반발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일본 정부 주요 인사들의 발언과 설명을 되짚어 보면 말을 계속 바꾸며 ‘골대를 옮긴’ 쪽은 일본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일 수출규제 발표 때 “일-한 관계의 신뢰관계가 현저히 손상됐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관련된 수출 관리를 둘러싸고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안전보장’이라는 단어는 발표문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았다.
하루 뒤인 2일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일부 보도나 한국 쪽 반응처럼 이른바 대항 조처가 아니다”라며 안보상 이유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이어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에 대해 유감스럽게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까지 만족할 만한 해결책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며 분명하게 강제징용 문제를 거론했다.
이런 설명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은 일본 일부에서도 지적됐다. 고노 다로 외상은 19일 ‘애초 일본이 이 문제를 발표했을 때 일-한 신뢰관계 손상을 요인으로 꼽았다’는 기자단 질문이 나오자 “(강제징용 문제와) 관계없다”고 짧게 말했다. 이어 ‘그러면 애초의 설명은 무엇이었냐’고 기자들이 추궁하자 “경제산업성에 물어보세요”라며 피해나갔다.
아베 신조 총리의 22일 기자회견 발언도 모순적이다. 아베 총리는 “대항조처는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도 “(1965년) 일-한 청구권 협정을 위반하는 행위를 한국이 일방적으로 해서 국교 정상화 기초가 된 국제조약을 지키지 않았다”며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 및 다른 제3국으로 수출품이 흘러들어 갔을 수도 있다는 식의 무책임한 의혹을 흘리기도 했다.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 대행은 지난 4일 <후지 티브이(TV)>에 출연해 “(화학물질의) 행선지를 알 수 없는 듯한 사안이 발견됐기 때문에, 이런 것에 대해 조처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영방송인 <엔에이치케이>(NHK)는 옴진리교 사건으로 일본에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사린가스 전용설까지 익명의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서 보도했다. 이후 일본 정부의 해명은 궁색하다.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그런 주장을 안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산업상이 이런 의혹 제기에 대해 오보라고 따로 자료를 내거나 한 적은 없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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