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04 16:23
수정 : 2019.08.04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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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현지시간)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외교장관 회담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기념촬영 후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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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 당국자들 “한국-일본 사이 문제…
더이상의 조처 취할 필요 없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가능성에는
“서로를 방어할 능력 떨어뜨릴 것”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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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현지시간)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외교장관 회담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기념촬영 후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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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경제전쟁으로 치닫는 한-일 갈등과 관련해 “중재나 조정에 관심이 없다”며 분명하게 거리를 뒀다. 지난 2일 타이 방콕에서 ‘성과 없는’ 30분짜리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한 것으로 역할을 다했다는 분위기다.
미 국무부 고위당국자 4명은 방콕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뒤 연 기자들과의 브리핑에서 이같은 기조를 드러냈다. 한 당국자는 “3자 회담은 잘 진행됐다”며 “우리가 만났다는 사실, 여러분들이 3자를 거기서 봤다는 사실은 해법 또는 최소한 다짐이라도 찾으려는 데 관심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 국가)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린 뒤인 2일 오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방콕에서 강경화 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만난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식이다.
국무부 당국자들은 한-일 갈등은 두 나라 사이의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중재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 당국자는 “미국은 중재나 조정에 관심이 없다. 그 사실은 그대로다”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백악관과 미국 정부에서 계속 나온 말은 ‘이건 한국과 일본 사이의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었다”라며 “이것은 한국 쪽에 분명히 감정적인 문제이고 일본 쪽에도 그렇다. 미 정부가 하는 일은 이런 문제가 통제 불가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이성과 장기적 관점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이 한-일 논쟁에서 중재자가 되지 않겠냐는 의미냐’는 질문에 “미국이 관여하지만 중간에 끼어드는 건 긍정적이지 않다”며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처음은 아니다. 분명히 더이상의 조처를 취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교에서 시간은 중요하다.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거의 모든 것에 약간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태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얘기로 읽힌다.
다른 당국자는 미국이 한-일에 서로 상황 악화 행동을 하지 않는 분쟁 중지 합의(standstill agreement)를 하는 방안을 얘기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분쟁 중지 합의 같은 건 없다”고 했다. 분쟁 중지 합의 방안은 미국이 한-일에 제시했던 아이디어다.
미국은 한-일 갈등에 대해 한때 “모든 것을 하겠다”(국무부 대변인)며 해결에 기여할 듯한 분위기를 보이기도 했으나,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 방침을 발표하며 2차 보복을 공식화하자 이처럼 손을 뗄 뜻을 명확히 했다. 미국이 이처럼 한-일 갈등에 거리를 두는 것은 이 사태로 인한 미국 산업계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보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은 다만 한국 정부가 내비치고 있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가능성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국무부 당국자는 “양쪽(한-일)은 미국이 동북아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그들에게 의존하는 만큼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다”며 “그 중 하나라도 잃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고 서로를 방어할 우리의 능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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