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05 20:42
수정 : 2019.08.0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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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이 5일 저녁 친일연극 <빙화> 공연을 취소한 뒤 홈페이지에 안내문을 올렸다.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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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9일~10월13일까지 예정된
친일작가 임선규의 작품 <빙화> 취소
“친일 연극의 실체를 수면 위로 드러내고
부끄러운 역사 바로 볼 기회 삼으려했지만
현시점에 무대화 바람직하지 않다고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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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이 5일 저녁 친일연극 <빙화> 공연을 취소한 뒤 홈페이지에 안내문을 올렸다.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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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외교 갈등이 문화예술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립극단은 새달 29일 개막 예정이던 친일요소가 담긴 연극 <빙화> 공연을 5일 전격 취소했다. <빙화>는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705인 명단에 들어간 임선규 극작가(출생·사망 연도 미상)가 1940년대에 선보인 작품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친일연극제인 ‘국민연극’의 참가작으로 그동안 금기시됐으나 국립극단이 한국 연극사를 직시해보자는 의미로 올해 라인업에 올려 준비해왔다. 연극사나 문학사적으로 문제작이었던 작품을 소개하는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 열한 번째 작품으로 선보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한·일 관계가 경색되면서 ‘친일 극작가의 작품을 올리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오자 국립극단은 제작진과 논의 끝에 이날 저녁 공연을 취소했다. 국립극단은 “이 작품을 통해 일부 연구자들에게만 알려져있던 친일 연극의 실체를 수면 위로 드러내고 비판적 성찰을 통해 부끄러운 역사를 바로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었다”면서 “하지만 본 기획의도를 참작하더라도 해당 작품을 현시점에 무대화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고 밝혔다. <빙화>는 1930년대 소련에 의해 연해주로 강제 이주하게 된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강제로 이주당한 조선인들이 새로운 삶을 찾아 만주, 연해주로 떠나거나 황무지 개척에 이용당하고 다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했던 역사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 연극을 만든 임선규는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대중극 작가다. 충남 논산 출신으로 1936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연극 전용 극장이었던 동양극장 전속 극작가가 돼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홍도야 우지마라>의 원제)를 선보여 일약 스타가 됐다. 1939년 극단 아랑으로 옮겨 역사극 <김옥균> <동학당> 같은 민족 색채가 두드러진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동경에서 유학하고 돌아와선 각종 관제 연극제에 작품을 출품하며 일제에 협력하는 활동을 했다. 조선총독부가 친일 연극단체로 결성시킨 조선연극문화협회의 이사를 맡았고, <빙화> <꽃피는 나무> 등을 발표했다. 해방 후 친일활동 전력이 문제가 되자 1948년경 배우이자 아내였던 문예봉의 뒤를 따라 월북했다. 북한에서의 생활은 알려진 바 없으며 1970년경 폐결핵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국립극단은 “이번 공연 취소에 따라 대체 작품을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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