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14 05:00
수정 : 2019.08.14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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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자 김한수(왼쪽 모자 쓴 이) 선생이 13일 세워진 대전 강제징용 노동자상에 꽃목걸이를 걸어준 뒤 동상을 잡고 대전시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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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전국 7번째
인천 일본 침탈·강제노역 증거 ‘방공호’ 보존
‘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 특별법’ 제정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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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자 김한수(왼쪽 모자 쓴 이) 선생이 13일 세워진 대전 강제징용 노동자상에 꽃목걸이를 걸어준 뒤 동상을 잡고 대전시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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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강제노역’에 동원된 피해자를 기리고, 그 잔재를 ‘네거티브 문화재’로 보존하려는 움직임이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또한 강제노역 피해자에 대한 생계비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광복절을 이틀 앞둔 13일 대전 보라매공원에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를 기리기 위한 ‘대전강제징용노동자상’이 세워졌다. 평화의소녀상과 마주 보도록 설치된 노동자상은 평화나비대전행동, 민주노총대전본부, 한국노총대전본부가 시민 모금을 통해 마련한 8천만원으로 건립했다.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은 전국에서 일곱번째, 일본에 세워진 노동자상까지 포함하면 8번째다.
이날 제막식에는 강제노역 피해자 김한수(101살) 선생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김용우 6·15공동선언 남측위원회 대전본부 상임대표는 인사말에서 “우리는 잊을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일제의 강압적인 한민족 탄압에 맞서 위대한 저항정신으로 뜻 모아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지어 기념하고 일본의 만행을 규탄하며 불매운동 등 저항을 결단하려 한다”며 “분노하는 민중이 있는 한 자유와 정의는 실현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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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구 신흥동 ‘긴모퉁이길’에 남아 있는 일제강점기 일본이 설치한 방공호. 일제강점기 당시 이 일대는 일본인 관료와 사업가가 밀집해 살던 곳이다. 인천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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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는 일본의 침탈과 강제노역의 역사를 보여주는 ‘방공호’ 시설 현황 조사에 들어갔다. 어두운 역사를 잊지 말자는 교훈적 가치에서 ‘네거티브 문화재’로 보존하는 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다. 방공호는 1930년대부터 일본이 수많은 조선인을 강제동원해 한반도 도심지와 군사시설 주변에 갱도를 뚫어 축조한 공습대피시설이다. 현재 인천지역에는 13개의 방공호가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동현 시립박물관장은 “제국주의 시대 일본의 침략, 학살, 수탈 등 어두운 우리의 역사를 보여주는 흔적들을 지워버리면 증거를 잃어버리는 격”이라며 “‘기억유산’으로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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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13일 오전 광주광역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근로정신대 시민모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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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이날 광주광역시 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 대한 전국적인 실태를 조사하고 이들에게 생활비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는 일제강점기 초등학교에 다니던 13~15살의 소녀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여학교에 보내준다”는 말에 속아 일제 군수공장으로 끌려가 노예노동을 했지만 임금 한 푼 받지 못했다. 시민모임이 집계한 근로정신대 피해자는 미쓰비시중공업 288명, 후지코시강재 1089명, 아사이토방적 300명 등 1677명에 이른다. 고령으로 대부분 사망하고 현재 파악된 생존자는 전국적으로 167명에 불과하다.
김동철 의원(바른미래당) 등 13명이 지난 2월 발의한 ‘일제강점기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에 대한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아직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상정조차 못 한 상태다. 이국언 시민모임 상임대표는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 대한 법적 지원 근거가 없어 사회적 관심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정하 정대하 송인걸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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