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11 15:49
수정 : 2019.10.1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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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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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 <아사히신문> 인터뷰
“일 언론들 무책임하게 반감 부추겨
한국 대법 판결문 읽으면 쇼크 받을 것
국적 넘어 개개인의 불행에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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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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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일식>으로 일본의 최고 권위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44)가 수출규제 등을 둘러싼 한·일 갈등과 관련해 일본사람들에게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소송 판결문부터 읽으라고 따끔하게 충고했다. 또 국가를 넘어 징용피해자 ‘개인’의 인간적 불행에 주목하자고 강조했다.
히라노 작가는 <아사히신문> 11일치에 실린 인터뷰에서 혐한을 부채질하는 방송과 주간지 보도에 “화가 나기도 하고 상처를 입기도 했다. 한국 문제에 대해 미디어가 무책임하게 반감을 부추기고 있다”고 꾸짖었다. 그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의 판결문도 읽지 않은 (방송) 출연자에게는 코멘트하게 해선 안 된다”며 “우선은 모두 판결문을 읽어봐야 한다. 판결문을 읽으면 쇼크를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설 <일식>(1999년)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탄 인기 작가로, 대표작 20여편이 국내에도 번역 출판돼 한국팬들이 많은 편이다.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씨의 인터뷰를 읽었다는 그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기술을 습득할 것을 기대하고 (일제 등의) 모집에 응했다가 위험도가 높은 노동 환경에 놓여 임금도 받지 못했다. 도망치고 싶다고 말하면 맞기도 했다. 비참하다”고 지적했다. 또 “우선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그들(피해자들)의 경우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설은 한국인, 일본인, 남자, 여자 같은 카테고리를 주인공으로 하지 않는다”며 “징용공이라는 카테고리가 아닌 한명의 개인으로 주목한다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히라노 작가는 작년에 ‘자이니치‘(재일동포) 3세를 주인공으로 삼은 소설 <어떤 남자>를 출판하기도 했다. 그는 “학창시절에 만난 자이니치를 생각하며, 그들이 지금 이 시대를 어떻게 지낼지 생각하면서 자이니치에 대해 접근했다”며, “(국적) 범주를 뺀 채 사람의 인생을 보고 공감하는 곳을 찾아야 한다”고 인간에 대한 공감능력을 재차 강조했다. <아사히신문>은 한·일 관계 악화 속에 양국간 협력·우호 회복을 모색하는 인터뷰 시리즈 ‘이웃 사람’의 첫 순서로 히라노 작가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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