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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31 16:59 수정 : 2019.11.01 02:07

가이지마 오노우라 탄광에서 일하는 조선인 광부. 행정안전부 제공

국가기록원, 1940년 총독부 문건 공개

태평양전쟁 앞두고 사전 조사
“여성은 12~19살” 소녀들 한정
위안부 동원 염두 뒀을 가능성

오노우라탄광 직원명부도 첫 공개
명부에 적힌 조선인 1896명 추정
기록원 “실제 피해자 더 많았을 것”

가이지마 오노우라 탄광에서 일하는 조선인 광부. 행정안전부 제공
태평양전쟁을 앞둔 1940년, 조선에서 강제동원할 수 있는 조선인 수가 116만명이라는 일제의 노동력 현황 조사 기록이 처음으로 일반에게 공개됐다. 당시 일제는 이 조사를 앞뒤로 해마다 8만~29만명을 강제동원했다. 여성의 경우는 조사 대상을 10대로 한정했는데, 일본군 위안부 동원을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된다.

31일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1940년 3월 조선총독부가 생산한 ‘노무자원 조사에 관한 건’이란 제목의 기록물 원본을 공개했다. 또한 재일동포 연구자인 고 김광렬 선생이 2017년 국가기록원에 기증한 조선인 강제동원 관련 문서와 사진, 도면 등 2337권의 일부 기록 원본도 공개했다. 이 기록들은 그동안 학계에는 일부 알려졌지만, 일반 시민들에게는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이날 공개된 조선총독부의 ‘노무자원 조사에 관한 건’ 문서 내용을 보면, 1940년 조선인 가운데 동원할 수 있는 20~45살 남성은 92만7536명, 12~19살 여성 인력은 23만2641명으로 모두 116만177명이었다. 이는 당시 조선인 총인구(2354만7465명)의 5%에 이르는 것이다. 남성과 달리 여성의 나이대가 10대에 국한된 이유에 대해 노영종 국가기록원 학예연구관은 “일본군 위안부 동원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고, 20대 이상의 여성들이 대부분 혼인 상태에 있어 실제 동원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제의 강제동원 가능 인력 조사 문건 앞에서 노영종 국가기록원 학예연구관이 설명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이 조사는 당시 중일전쟁 중이던 일제가 태평양전쟁을 앞두고 조선인을 대규모로 강제동원할 필요가 있었고, 이에 따라 사전 준비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국가기록원은 설명했다. 실제로 일제가 계획한 조선인 노무 동원 수는 1939년 8만5천명, 1940년 8만8800명, 1941년 8만1천명 수준이었으나, 1942년 13만명, 1943년 12만5천명, 1944년 29만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국가기록원은 실제 강제동원된 전체 조선인은 이보다 더 많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함께 공개된 재일동포 고 김광렬(1927∼2015) 선생의 기증 기록물은 △‘가이지마 오노우라 제6·7갱 탄광직원명부’ 원본과 관련 사진 △명부 수집 경위가 기록된 ‘김광렬 선생 일기(1976년 7~8월)’ 원본 등이다. 김 선생은 조선인 강제동원 관련한 대표적인 전문가이며 기록물 수집가다. 1943년 일본으로 건너간 뒤 40년 이상 일본의 3대 탄광이자 대표적 조선인 강제동원 지역인 지쿠호를 중심으로 조선인 강제동원 기록을 수집하고 연구했다.

기록물 가운데 탄광직원명부는 1900~50년대 이 탄광의 직원 정보를 기록한 것으로 8486명 가운데 1896명이 조선인(본적 기준)으로 추정된다. 이 명부에는 이들의 이름, 생일, 본적, 호주, 가족관계, 고용 날짜, 해고 사유, 해고 날짜 등이 담겨 있다. 또한 강제동원 현장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오노우라 7갱 노천에서 일하는 조선인 사진 4장도 함께 공개됐다.

오노우라 탄광의 직원 명부는 처음 공개된 것이어서 강제동원 피해자가 추가로 확인될 수 있다. 국가기록원은 김광렬 선생이 기증한 기록물 가운데 강제동원 노동자 명부, 건강보험 대장, 공상 원부 등 248권에 수록된 노동자 14만명의 인적 사항을 올해 말까지 국가기록원 누리집에 모두 공개할 예정이다.

일제의 조선인 강제동원 가능 인력 조사 문건. 행정안전부 제공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은 “이번에 공개된 자료를 보면, 일본은 조선인을 강제동원하기 위해 미리 치밀하게 준비했으며, 현재까지 명단이 확보된 48만명, 정부에 신고한 22만명 외에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에 강제동원된 조선인은 강제 모집과 관 주도, 징용을 포함해 모두 150만~200만명으로 추산된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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