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8.11 05:44
수정 : 2012.08.1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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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축구대표팀 박주영이 10일(현지시간)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경기에서 전반 강력한 오른발 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20120810 카디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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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축구 3-4위전 박주영·구자철 연속골 ‘숙적’ 일본 꺾어
한국 축구 최고의 날이다. 드디어 올림픽 동메달이다. 그 제물은 숙적 일본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이 일본에 2-0, 통렬한 완승을 거두고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11일(현지시각) 영국 서부의 중소도시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3~4위 결정전에서 일본에 2-0 통쾌한 완승을 거두고 올림픽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이 올림픽에서 4강에 든 것과 메달을 딴 것은 이번 런던 올림픽이 처음이다.
일본 사냥의 선봉장은 ‘맏형’ 박주영(27·아스널)이었다.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박주영은 전반 38분 하프라인에서 상대 공을 가로채 치고 들어가 세 명의 수비수를 제치고 통렬한 오른발 슛을 성공시키며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결승골이 너무 깨끗했고, 통렬했다. 순간 일본의 전열은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박주영은 조국에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안기는 결승골로 병역 면제의 특혜도 거머쥐었다. 그동안의 마음 고생을 깨끗하게 벗어 던졌다.
한국의 추가골 주인공은 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 주장 완장을 찬 구자철은 이날 경기 전까지 골이 없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수비에서부터 공격까지 활동범위가 넓었다. 구자철은 후반 12분 일본 문전에서 상대 수비수 2명을 제치고 강한 오른발슛을 날려 한국의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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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축구대표팀 구자철이 10일(현지시간)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경기에서 사카이와 몸싸움을 하고 있다. 20120810 카디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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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이집트 U-20 청소년월드컵’을 시작으로 약 3년에 걸쳐 힘들고 거친 항해를 해 온 홍명보호는 런던 올림픽 동메달이라는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개선하게 됐다. 독도 문제로 한일 양국이 날카롭게 날을 세운 상황에서 거둔 승리였기에 더욱 값졌다.
밀레니엄 스타디움은 이미 한국이 8강전에서 영국에 대승리를 거둔 바 있어 한국 선수들에겐 다소 익숙한 구장. 한국은 박주영을 최전방 공격수로, 구자철과 김보경(23·세레소 오사카), 그리고 지동원(22·선덜랜드)을 공격진에 포진시켰다. 영국과의 8강전에서 어깨 부상을 입어 브라질과의 4강전에서 결장한 정성룡(27·수원)은 다시 골키퍼 장갑을 꼈다.
경기는 한-일 자존심이 걸린 싸움답게 초반부터 날카로운 몸싸움이 벌어졌다. 양팀은 중원에서부터 양보없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였다. 한국의 기성용과 오재석은 전반 22분과 25분에 각각 경고를 받았고, 구자철도 34분에 오츠 유키를 뒤에서 발을 걸어 경고를 받았다.
전반 28분 일본은 처음 결정적인 골 찬스를 만들었다. 기요다케 히로시가 문전 오른쪽에서 강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고, 정성룡은 몸을 날려 공을 쳐냈다. 이후 승리의 여신은 경기를 주도한 한국에 미소를 보냈다.
전반 38분 박주영이 그림같은 선제골은 킬러로서의 본능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현란한 발놀림과 정확한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아내자 ,순간 경기장은 태국기로 물결쳤고, 홍명보 감독 등 코치진과 선수들은 서로를 껴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일본의 공격력은 기성용(23·셀틱)을 앞세운 한국의 탄탄한 수비벽에 막혀 힘을 못썼다. 홍명보 감독은 축구팀 엔트리 18명 중 유일하게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던 김기희(23·대구)에게 경기 종료 5분을 남기고 출전 기회를 주었다. 단 1초라도 뛰면 병역특례를 받기 때문에 김기희도 병역특례 대상자가 됐다.
카디프/ 이길우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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