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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8.14 19:57 수정 : 2012.08.14 19:57

인천공항 입국장 팬들 북새통

형형색색 리듬체조 의상을 벗고 하얀 바지에 파란 재킷(단복)으로 갈아입은 모습이 단아하다. 추켜 묶었던 머리도 길게 풀어헤쳤다. 그러나 앞머리를 귀 뒤쪽으로 땋은 최신 유행 스타일로 신세대다운 개성을 감추지 않았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결선 진출(5위)이라는 역사를 쓴 ‘체조 요정’ 손연재(18·세종고)가 14일 오후 3시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그를 보려고 몰려든 팬들로 인천공항은 한두 시간 전부터 북새통이었다. 경호원에 둘러싸인 그를 휴대전화로 찍으려는 팬들의 함성이 공항을 채웠다. 손연재는 팬들이 선물한 꽃을 한 아름 안고 햇살 같은 미소를 지으며 연신 손을 흔들었다.

오후 5시께 공항 내 밀레니엄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연재는 감사 인사부터 꺼냈다. “올림픽 때문에 많은 분들이 리듬체조를 봐줘서 기분 좋고, 응원도 많이 해줘 힘이 났습니다.” 또랑또랑한 말투가 당차다.

손연재는 이번 대회에서 개인전 5위를 차지하며 최고의 기량을 발휘했다. 결선에서 곤봉 두 개를 다 놓치는 큰 실수를 했는데도 3위에 불과 0.255점 뒤졌다. 실수가 없었다면 동메달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성적이다. 아쉽지 않으냐고 물으니 “후회 없이 연기했다”고 잘라 말했다. “곤봉에서 실수가 있어서 좀 그랬지만 어렸을 때부터 꿈인 올림픽 결선에서 연기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아직 어리니 4년 동안 더 열심히 준비해서 다음 올림픽에서 더 좋은 성적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예선에서 슈즈가 벗겨지고, 놓친 공을 연기로 연결했던 집중력의 비결도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 때문”이라고 한다.

손연재는 이번 올림픽을 홀로 당차게 준비했다. 지난해 1월 러시아 노보고르스기 훈련센터로 혈혈단신 넘어가 러시아 대표팀 선수들과 훈련했다. “지난 1년 동안 서울의 집에 있던 시간이 한달이 안 됐을 정도”다. 1년여 동안 국제대회를 10여차례 나가면서 큰 무대에 대한 울렁증도 없앴다. 165㎝에 37㎏의 몸매를 유지하려고 올림픽을 앞두고는 아침엔 샐러드, 과일, 우유를 점심엔 바나나, 요구르트, 우유를 저녁엔 우유, 요구르트만 먹고 버텼다고 한다. 그런데도 투정 한번 부리지 않았다. 지금 가장 먹고 싶은 음식도 “없다”고 한다. 이런 강심장도 가족 앞에서는 무너진다. 결선 전에 숙소 앞에서 우연히 만난 엄마를 끌어안고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그가 더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려면 자신만의 장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도 알고 있다. 결승이 끝난 당시 손연재는 “오늘 곤봉 연기를 잘했다면 울었을 텐데 작은 보완점을 새로 발견했기에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며 넘치는 승부욕을 과시했다. 목표를 이룬 것도 잠시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향해 다시 머리를 묶는다. 당장은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준비한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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