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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09 15:33 수정 : 2018.08.09 16:03

폭염이 한풀 꺾인 9일 소나기가 내릴 것이라 예고되어 있었습니다.

온나라가 더위에 시달리던 끝에 내리는 빗줄기이니 반갑지요.

이런 비는 뉴스가 됩니다.

대부분 외근 중인 부서원들이 점심식사를 마쳐갈 때쯤 사진부 업무 카톡방에 메시지가 투척됩니다.

비가 올 때, 눈이 올 때, 너무 더울 때, 너무 추울 때

담당기자가 정해져 작정을 하고 날씨 스케치를 취재하러 가는 경우도 있고

오늘처럼 "있는 자리에서 가능한 사진을 취재"하라는 뜻으로 이런 식의 지령이 내려지기도 합니다.

기상상태는 늘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옛날 장마와 달리 요즘처럼 비가 쏟아지다 뚝 끊기는 때에는

차라리 이런 취재 지시가 더 유효하기도 하죠.

그러나 오늘은 말 그대로 소나기였던 탓에 부장의 상냥한 취재지시는 곧 거두어집니다.

하지만 사진취재 역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사진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에디터가 판단할 일

각자 있던 현장에서 급히 카메라를 들고 담은 오늘 반가운 비 사진을 모아봤습니다.

비록 이 빗줄기 덕분에 습기 가득한 사우나가 되었지만

너무 더웠으니 일단은 반가운 마음으로 찰칵! 함께 보시죠.

#1 고참

강제동원 문제해결 공동행동 결성식을 취재하러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취재 갔던 강창광 기자는 일단 창밖으로 카메라를 향해 광화문 네거리 교차로를 살폈습니다. 우산을 준비한 이들과 우산 대신 옷을 뒤집어 쓴 시민, 비 사이로 막 뛰어가는 시민들이 한눈에 보입니다. 1층으로 내려와서 만난 한 시민은 생활정보지를 머리에 쓴 채 황급히 걸음을 옮깁니다. 이날 광화문에는 제28회 나라꽃 무궁화 전국축제를 하루 앞두고 무궁화 화분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꽃잎 위에 맺힌 빗방울도 놓치지 않은 센스!

전국 곳곳에 소나기가 내린 9일 낮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서 한 시민이 생활정보지로 머리를 감싸며 버스정류장으로 향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전국 곳곳에 소나기가 내린 9일 낮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들고 건널목을 건너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전국 곳곳에 소나기가 내린 9일 낮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서 전시 중인 무궁화 꽃잎에 물방울이 맺혀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 초상권

백소아 기자는 소상공인 119민원 신고센터 개소식 기자회견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취재하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경제정의실천연합의 은산분리 완화 철회 촉구 기자회견 취재를 마친 참이었습니다. 역시 사진 속 배경은 청와대 앞입니다.

우산을 나눠쓰고 가는 두 어린이의 모습인데 초상권 관련 허락을 구했는지 묻자 “취재지시에 몸이 먼저 반응해 일단 멀리서 당겨 찍었다”고 했습니다.

공인이 아닌 일반 시민들을 취재하게 되는 경우, 원칙적으로 취재대상이 된 분께 상황설명을 구하고 신문 게재 여부 허락을 구합니다.

하지만 이날은 이어진 상황 때문에 아쉽게 달려가 상황설명을 드리지 못한 경우라 모자이크 처리로 얼굴을 살포시 가렸습니다.

9일 오후 청와대 앞길에서 두 어린이가 우산을 함께 쓰며 소나기를 피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3 증거

때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취재지시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지요. 이럴 때의 성의 표시라고나 할까요.

아침에 김경수 경남도자시의 특검 재소환을 취재갔던 박종식 기자가 오늘 딱 그 경우였네요. 취재와 마감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하던 중에 오후 2시 드루킹 김동원 씨가 소환된다는 속보를 보고 다시 특검으로 달려갔답니다.

강남과 강북을 오가느라 오늘 이동거리가 가장 많았던 박종식 기자는 회사로 다시 돌아오며 이 사진들을 찍었습니다. 비는 가장 많이 오는 순간에 카메라를 들고 있었지만 장소는 취재차량 안.

서울 일부지역에 국지성 호우가 내린 9일 오후 차창 너머로 서울 강남 도로에 막힌 차량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서울 일부지역에 국지성 호우가 내린 9일 오후 차창 너머로 서울 강남 도로에 막힌 차량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4 내근자의 최선

디지털사진팀을 맡아 주로 내근하는 저도 참 상냥한 부장의 취재지시에 매크로 렌즈를 들고 회사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폭염으로 말라가는 나뭇잎 끝에 빗방울이 맺혀 있습니다.

잠시 내린 비로 확 올라간 습도 덕에 마치 사우나에 들어온 듯 기분입니다. 아 끈적해! 마음 속 외침을 누르고 바로 며칠 전 “비라도 내렸으면!” 간절히 바라던 제 자신을 떠올리며, 식물들에게도 인간에게도 타는 목마름을 축여줄 고마운 단비구나 생각하기로 합니다.

쾌적한 가을이 오기엔 아직 먼 듯하나 비가 와서, 미세 먼지가 없어서, 더위가 한 풀 꺾여서… 여러 가지로 이유 삼아 오늘 하루 행복하시길 바라봅니다^^

폭염에 마른 나뭇잎 끝에 9일 오후 쏟아진 소나기 빗방울이 맺혀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폭염에 마른 솔잎 끝에 9일 오후 쏟아진 소나기 빗방울이 맺혀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폭염에 마른 나뭇잎 끝에 9일 오후 쏟아진 소나기 빗방울이 맺혀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정리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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