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희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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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후진타오보다
훨씬 화려해 보이지만
복잡하고 고민 많아진
중국을 물려받게 된다
2002년 5월, 외부 세계에는 여전히 ‘신비의 인물’이었던 중국 국가 부주석 후진타오가 미국을 방문했다. 그가 중국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르기 5개월 전이었다. 미국 언론은 ‘후는 누구인가?’(Who is Hu)를 탐색하는 글로 뒤덮였다.
10년 뒤, 이번에는 차기 지도자 등극을 앞둔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이 ‘시는 누구인가?’(Who is Xi)라는 관심 속에 오는 13일부터 미국을 방문한다.
미국과 중국은 밸런타인데이인 14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부주석의 백악관 만남이라는 멋진 데이트 일정을 마련했고, 시진핑 부주석이 27년 전 젊은 지방 간부로서 방문했던 아이오와를 다시 찾아가는 이벤트를 통해 새 중국 지도자와 미국의 인연을 강조한다.
오바마-시진핑 회동은 다음 10년간 양대 강대국(G2) 관계의 방향을 흘끗 엿보게 하는 자리지만, 시리아, 이란, 북한, 위안화 환율, 중국 인권 등 양국 간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중요 의제에 대해 흐름을 바꿀 중요한 합의나 결정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시진핑의 구체적 정책은 올가을 중국 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그가 당 총서기직을 물려받은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미국은 앞으로 10년간 중국을 이끌 시진핑의 생각, 차기 리더십의 방향을 읽어내는 작업에 촉수를 곤두세울 것이다.
10년 전 후진타오 주석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해 ‘세계의 공장’으로 본격적으로 부상하기 시작하던 중국을 물려받았다. 시진핑 부주석은 훨씬 화려해 보이지만 복잡하고 고민이 많아진 중국을 물려받는다. 겉보기엔 세계 양대 강국, 1위의 수출대국으로 급성장한 중국이지만, ‘성공의 역설’이 중국을 사방에서 위협하고 있다. 국제무대에선 위상에 걸맞은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엔 안보리에서 시리아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뒤 몰아친 후폭풍, 승승장구하던 아프리카 자원 외교의 부작용, 남중국해 등을 둘러싼 주변국과의 갈등 등 파도가 높다.
그러나 중국의 진정한 문제이자 변화의 계기는 내부에서 나온다. 지난달 다보스포럼에서는 서구식 자본주의의 위기 속에서 부상하는 중국의 ‘국가자본주의’가 가장 뜨거운 토론 주제였지만, 중국 내에선 현재의 ‘중국 모델’이 성공의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위기의식이 높다. 최근 아이폰을 만드는 폭스콘 공장의 중국 노동자 착취에 대한 폭로는 중국의 이런 ‘세계의 공장’ 모델이 지속 불가능한 지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현실을 드러냈다. 빈부격차, 부정부패, 토지 몰수, 농민공들에 대한 저임금 착취를 둘러싼 분노가 시위와 파업으로 표출되고 있지만, 개혁을 막는 강력한 이익집단의 저항력은 시스템 곳곳에서 버티고 있다.
시진핑이 후진타오에 비해 과감하게 개혁에 반대하는 관료주의와 이익집단의 저항을 꺾고, 너무 오래 미뤄져 온 정치·사회 개혁을 추진해 중국을 새로운 길로 이끌 수 있을까? 중국은 절박하게 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난 1월19일은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20돌이었다. 1989년 천안문 민주화시위 유혈진압 뒤 개혁을 되돌리려는 보수파의 공세 속에서 88살의 덩샤오핑은 우한·선전·주하이·상하이를 돌며 “개혁이 없으면 죽음뿐이고, 개혁개방은 100년 동안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는 메시지로 중국을 다시 개혁개방의 궤도에 올렸다. 하지만 올해 남순강화 20돌은 특별한 기념행사도 없이 너무나 조용히 지나갔다. 대신 ‘덩샤오핑의 개혁은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정치·사회 개혁, 부의 공정한 분배가 이뤄지지 않으면 개혁개방은 위기’라는 냉정한 평가가 제기됐다.
시진핑은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이 남긴 미완의 과제를 풀고, ‘개혁개방의 완성자’가 될 수 있을까? 박민희 베이징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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