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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0.02 18:39 수정 : 2014.10.02 18:39

성연철 베이징 특파원

타향살이는 누구에게나 녹록잖다.

외국에서 취재 활동을 하는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자기네 나라에 견줄 수 없는 정보와 언어 장벽 말고도 비판과 감시라는 기자의 속성상 애시당초 외국에서 환영을 받기는 난망하다.

중국의 취재 환경은 더더욱 열악하다. 오래전 허물어진 대나무 장막은 외신들한텐 여전하다. 특히 최고위층 지도부에 관한 삐딱한 의혹, 비판 기사에는 견제가 들어오기 일쑤다. 최근 한 동료 기자는 중국 외신 담당자에게 ‘다과회 초청’을 받았다. “와서 차나 한잔하자”는 것인데 중국 언론계에선 ‘소환’으로 여겨진다. 굳이 외교가 용어를 빌리자면 ‘초치’(상대국의 문제 있는 행동에 대해 해당국 외교관을 불러 항의하는 것)와 다를 바 없다. 중국 경제를 다소 비관적으로 다룬 그에게 외신 담당자는 “굳이 그렇게 볼 필요가 있느냐”라고 에둘러 유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다과회 초청’은 중국 당국이 지닌 여러 외신통제 수단 탓에 위력이 배가한다. 외신 기자들은 해마다 연말이면 기자 비자를 갱신해야 한다. 상주 기자증, 연장 공문, 회사 직인을 비롯한 각종 서류도 서류지만 기자들의 머리를 짓누르는 것은 ‘혹시 내가 쓴 기사 탓에 책잡히면 어떡하나’ 하는 자기 검열이다. 이미 <뉴욕 타임스>나 <블룸버그>, <비비시>(BBC) 등은 과거 원자바오 전 총리나 시진핑 국가주석 일가 재산 의혹 보도 탓에 특파원의 비자가 연장되지 않거나 중국 국내에서 해당 언론사 사이트 접속이 차단되어 있다. 그래서 출입국 접수창구에 서면 괜히 긴장하게 된다. 무사히 비자가 연장되면 그제야 적잖은 안도감이 밀려온다. “아, 1년은 넘어간다”라는….

‘연말 통과의례’ 말고도 평시 통제도 있다. 기자는 얼마 전 주거지 관할 파출소에서 걸려온 공안 담당자의 전화를 받았다. “혹시 신고하지 않고 이사하지는 않았죠? 가족 사항은 원래 신고한 서류대로 변동이 없지요?”라는 전화는 늘 누군가 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찜찜한 긴장을 준다. 이런 ‘점호’는 외신 기자들에게 거의 분기별 정례 행사다. 이달 들어 중국 주재 외국인기자협회는 “중국에 불리한 기사를 쓰면 비자 갱신을 거부당하고, 담당 공안이 압박을 한다. 취재 환경이 이전보다 훨씬 나빠졌다”는 성명을 냈다.

새삼스레 중국의 취재 환경을 문득 떠올린 것은 한국에서 벌어진 일본 <산케이신문> 특파원 사건 때문이다. 한국 검찰은 세월호 사건 발생 당일 대통령의 행적에 의문을 제기한 이 신문 기자를 두달 가까이 출국금지시킨 채 수사하고 있다. 외교장관까지 나서 일본 외무상에게 “근거 없는 유언비어로 국가원수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이례적으로 항의했다. 얼마 전엔 해당 기사를 번역해 올린 한국 인터넷 매체에까지 수사를 확대했다. <산케이신문>이야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인하는 등의 보도를 해온 극우 성향 매체다. 논란의 기사 역시 미묘하게 대통령과 남성의 관계를 언급해 섣부른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청와대 안에 있었다”는 말 말고는 더는 밝혀진 바 없는 대통령의 행적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매체의 논조와 국적을 떠나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미 ‘국경 없는 기자회’(RSF) 등은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처사”라는 우려를 내놨다.

“나는 당신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이 말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싸우겠다”고 한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의 말은 이 상황에 마침맞아 뵌다. 참고로 프리덤하우스가 매긴 세계 언론 자유도에서 중국은 190여개 나라 중에 175위다. 한국은 68위다.

성연철 베이징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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