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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1.06 18:38 수정 : 2014.11.06 18:38

박현 워싱턴 특파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4년 7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신분으로 연설을 하며 전국 무대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존 케리 상원의원의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한 기조연설에서 그는 “우리를 분열시키려는 사람들이 있다”며 “오늘밤 나는 진보적 미국도 아닌, 보수적 미국도 아닌 하나의 미국을 얘기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당시 42살의 오바마가 던진 통합과 희망의 메시지에 미국인들은 열광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올해 중간선거에서 오바마는 희망의 정치인에서 약속을 저버린 정치인으로 그 위상이 추락하고 말았다. 국내적으로 진보적 의제들을, 대외적으론 국제주의와 ‘핵무기 제로’ 정책을 내세운 오바마에게 기대를 걸었던 이들 중 한명으로서 그의 추락을 보는 건 슬픈 일이다.

그의 모습을 보며 감상에 젖을 여유는 없다. 그의 위상 약화가 앞으로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오바마의 임기가 2년밖에 남지 않았으니, 북핵 문제는 더 이상 해결의 진전을 볼 수 없는 것 아니냐는 회의론이 일고 있다. 그러나 꼭 그렇게 볼 이유는 없다고 본다.

우선 2년이란 기간에 굳이 얽매일 필요가 없다. 2년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 있다. 얼마만큼 집중력을 가지느냐에 달려 있다. 문제 해결에 2년 이상이 필요한 상황이 되더라도, 과거 2000년대 초반 클린턴 행정부에서 부시 행정부로 바뀔 때와는 지금 워싱턴 정치 상황이 다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했지만, 2년 뒤 대선에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이 이뤄진다면 대북 정책의 연속성도 상당 부분 담보될 수 있다.

반대로 북한이 이 기간을 ‘잃어버린 시간’으로 간주하고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 시험을 한다면 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공화당이 장악한 상·하원은 북한 제재 법안 통과에 혈안이 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도 경제제재의 고삐를 더 죌 것이다. 미국은 남한 쪽에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등 미사일방어망 및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 체제 강화를 압박할 것이다. 한반도 정세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 미국 행정부에서 대북 정책과 관련해 미묘한 변화의 신호가 감지된다. 미국 쪽은 미국인 억류자 석방을 위해 지난 6월 말에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특별대표를 특사로 보내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 한반도 전문가는 내게 “이는 미국이 억류자 문제와 핵 문제의 분리 대응이라는 기존 태도를 접고, 두 가지를 함께 다룰 수 있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제안은 성사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1기 행정부 때 백악관에서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제프리 베이더는 5일 한 세미나에서 이렇게 제안했다. “북한이 미국에 다가갈 수 있는 방안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진지한 비핵화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개혁에 나서는 것이다.” 북한이 과연 비핵화 의지가 있는 것인지 미국이 전략적 불신을 하고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억류자 2명의 석방 문제는 어찌됐든 북·미가 새롭게 접근을 모색할 수 있는 좋은 계기다. 마침 성 김 전 주한미국대사가 대북정책특별대표로 복귀했다. 그는 앞으로 2년간 북핵 문제를 책임질 사람이다. 북한으로서도 그만한 대화 상대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이 그를 특사로 제안하고 북한이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다면 남은 2년은 ‘기회의 시기’가 될 수 있다.

박현 워싱턴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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