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특파원 국가의 외교·안보 정책으로 민간에 피해가 발생하면 국가가 보상하는 것이 대원칙이다. 그렇기에 사드 배치 탓에 발생한 피해는 국가가 어떻게든 메워줘야 한다. 중국의 보복성 조처 및 한-중 관계 악화에 따른 피해는 도처에 널려 있다. 문재인 정부는 억울한 면이 있다. 2월28일 롯데가 사드 부지를 내주는 계약을 체결했을 때부터 이미 되돌리기는 힘들어졌다. 3월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이 내려졌지만, 사드 국내 반입(3월6일) 및 배치(4월26일) 등 일련의 작업은 대선(5월9일) 및 문재인 정부 출범 전에 모두 진행됐다. 박근혜 정부와 황교안 과도정부의 책임이다. 그러나 보상의 주체는 어쨌건 대한민국 정부다. 정부는 책임을 뼈저리게 인식하고 피해자들을 위로해야 한다. 10·31 합의나 한-중 관계 개선 전망을 정치적 성과로 포장하는 데 급급해 그동안 피해 입은 국민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물론 중국 경제가 성장해 많은 분야에서 한국을 추월한 만큼, 중국 실적 악화가 전적으로 사드 때문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사드 갈등이 완화됐으니 이제는 정부에 책임을 묻지 말라는 태도는 곤란하다. 사드 탓에 결정타를 맞은 이들이 괜찮다고 할 때까지 정부의 책임은 무한하다. 정부와 함께 보상 의무를 나눠야 할 사람들은 사드 찬성론자들, 곧 반대를 무릅쓰고 사드 배치를 추진·강행했던 정부 관계자들과, 일부 학자 및 언론사들이다. 피해 보상에 재원이 필요하다면 이들로부터 ‘특별세’라도 걷어야 한다. 그토록 바랐던 일이니 책임있는 모습으로 기꺼이 낼 것이라 믿는다. 사드 반대론자들에게 그 피해의 책임을 물을 순 없는 일 아닌가. 사드 배치의 마지막 관문을 열어준 롯데도 책임을 져야 한다. 중국의 보복 조처로 입은 피해는 안타깝다. 그러나 정치적 요소를 아주 배제해도 좋을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며 ‘국민 밉상’ 수준으로 전락했던 기업이, 사드 부지 제공 뒤 중국에 시달리면서 ‘애국 기업’으로 거듭났다. 중국 사업 실패에 무턱대고 ‘사드 탓’ 딱지를 붙였던 일부 기업과 언론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중국 시장에서의 잘못된 판단으로 손실이 발생했는데, 사드로 이를 덮으며 주가 하락을 방어한 기업은 없었을까? 기존에 만연했던 편법 행위가 적발된 걸 뻔히 알면서, 한국 기업이 보복을 당했다고 강변했던 언론 보도는 없었을까? 이들 때문에 한층 악화된 여론은 양국 관계 개선에 큰 걸림돌이 됐다. 철저히 조사해서 ‘거짓말’이 드러나면 가중처벌을 해야 한다. 가장 책임이 큰 중국에도 마땅히 할 말은 해야 한다. ‘한한령’을 내려놓고는 눈 가리고 아웅 하듯 정부 책임을 부인하는 ‘대국’의 처신은 가소롭고 치사하다. 이런 식으로 주변국을 길들이는 시도는 철저히 배격하고, 패권화 조짐을 강력히 경고해야 한다. 지난 5월 방중한 이해찬 특사가 시진핑 주석을 만났는데 왜 나란히 앉지 못하고 귀퉁이 ‘보고자’ 자리에 앉았는지 따져야 한다. 지난 시기 중국이 한반도를 침략하거나 전쟁터로 삼고, 또 갖은 핑계로 패권적 행태를 보인 역사를 곱씹으면서 비슷한 기억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드 반대 여론이 비등하자 안보 문제에서 ‘적전 분열’은 안 된다며 안타까워하던 사람들이, 근래엔 ‘봉인’이 잘못됐다며 국론을 분열시키는 듯하다. 물론 ‘봉인 합의’는 모자람이 많지만, 그보다 지난해 2월 사드 배치 검토 발표 이후 발생한 각종 피해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것이 더욱 걱정스럽다. 이러다가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채 또다시 똑같은 꼴을 당할 것만 같다. oscar@hani.co.kr
칼럼 |
[특파원 칼럼] 사드 피해를 책임져야 할 사람들 / 김외현 |
베이징 특파원 국가의 외교·안보 정책으로 민간에 피해가 발생하면 국가가 보상하는 것이 대원칙이다. 그렇기에 사드 배치 탓에 발생한 피해는 국가가 어떻게든 메워줘야 한다. 중국의 보복성 조처 및 한-중 관계 악화에 따른 피해는 도처에 널려 있다. 문재인 정부는 억울한 면이 있다. 2월28일 롯데가 사드 부지를 내주는 계약을 체결했을 때부터 이미 되돌리기는 힘들어졌다. 3월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이 내려졌지만, 사드 국내 반입(3월6일) 및 배치(4월26일) 등 일련의 작업은 대선(5월9일) 및 문재인 정부 출범 전에 모두 진행됐다. 박근혜 정부와 황교안 과도정부의 책임이다. 그러나 보상의 주체는 어쨌건 대한민국 정부다. 정부는 책임을 뼈저리게 인식하고 피해자들을 위로해야 한다. 10·31 합의나 한-중 관계 개선 전망을 정치적 성과로 포장하는 데 급급해 그동안 피해 입은 국민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물론 중국 경제가 성장해 많은 분야에서 한국을 추월한 만큼, 중국 실적 악화가 전적으로 사드 때문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사드 갈등이 완화됐으니 이제는 정부에 책임을 묻지 말라는 태도는 곤란하다. 사드 탓에 결정타를 맞은 이들이 괜찮다고 할 때까지 정부의 책임은 무한하다. 정부와 함께 보상 의무를 나눠야 할 사람들은 사드 찬성론자들, 곧 반대를 무릅쓰고 사드 배치를 추진·강행했던 정부 관계자들과, 일부 학자 및 언론사들이다. 피해 보상에 재원이 필요하다면 이들로부터 ‘특별세’라도 걷어야 한다. 그토록 바랐던 일이니 책임있는 모습으로 기꺼이 낼 것이라 믿는다. 사드 반대론자들에게 그 피해의 책임을 물을 순 없는 일 아닌가. 사드 배치의 마지막 관문을 열어준 롯데도 책임을 져야 한다. 중국의 보복 조처로 입은 피해는 안타깝다. 그러나 정치적 요소를 아주 배제해도 좋을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며 ‘국민 밉상’ 수준으로 전락했던 기업이, 사드 부지 제공 뒤 중국에 시달리면서 ‘애국 기업’으로 거듭났다. 중국 사업 실패에 무턱대고 ‘사드 탓’ 딱지를 붙였던 일부 기업과 언론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중국 시장에서의 잘못된 판단으로 손실이 발생했는데, 사드로 이를 덮으며 주가 하락을 방어한 기업은 없었을까? 기존에 만연했던 편법 행위가 적발된 걸 뻔히 알면서, 한국 기업이 보복을 당했다고 강변했던 언론 보도는 없었을까? 이들 때문에 한층 악화된 여론은 양국 관계 개선에 큰 걸림돌이 됐다. 철저히 조사해서 ‘거짓말’이 드러나면 가중처벌을 해야 한다. 가장 책임이 큰 중국에도 마땅히 할 말은 해야 한다. ‘한한령’을 내려놓고는 눈 가리고 아웅 하듯 정부 책임을 부인하는 ‘대국’의 처신은 가소롭고 치사하다. 이런 식으로 주변국을 길들이는 시도는 철저히 배격하고, 패권화 조짐을 강력히 경고해야 한다. 지난 5월 방중한 이해찬 특사가 시진핑 주석을 만났는데 왜 나란히 앉지 못하고 귀퉁이 ‘보고자’ 자리에 앉았는지 따져야 한다. 지난 시기 중국이 한반도를 침략하거나 전쟁터로 삼고, 또 갖은 핑계로 패권적 행태를 보인 역사를 곱씹으면서 비슷한 기억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드 반대 여론이 비등하자 안보 문제에서 ‘적전 분열’은 안 된다며 안타까워하던 사람들이, 근래엔 ‘봉인’이 잘못됐다며 국론을 분열시키는 듯하다. 물론 ‘봉인 합의’는 모자람이 많지만, 그보다 지난해 2월 사드 배치 검토 발표 이후 발생한 각종 피해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것이 더욱 걱정스럽다. 이러다가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채 또다시 똑같은 꼴을 당할 것만 같다.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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